- 물건만 구매하는 곳이 아닌
-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변신
- 전국 유명 맛집 대거 유치
- 마블스토어 등 키덜트 공략
- 청년 취업활동 지원 공간도

지난 25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이 2년 간의 새단장을 마치고 문을 열었다. 증축 공사로 매장을 넓히고 구성에도 변화를 주는 등 최신 쇼핑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지난 3월 이곳 점장으로 부임하면서 20여 년 만의 리뉴얼 오픈이라는 임무를 맡게 된 이재옥(47) 점장을 만나 새롭게 바뀐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재옥(47)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장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백화점 내 휴식공간 확대 및 식음료 매장 강화로 고객 유치에 나선다고 말했다. 서정빈 기자

리뉴얼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휴식 공간이 대폭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하 2층과 9층, 12층에 각각 ‘엘스칼라, 엘스퀘어, 스카이파크’라고 이름 붙인 공간이 쇼핑으로 지친 고객들의 쉼터가 되고 있었다. 이 점장은 “백화점을 고객들이 쉽게 찾고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리뉴얼 작업을 진행했다”며 “당장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브랜드 매장 대신 고객의 발길을 잡아둘 수 있는 휴식 공간을 늘린 것도 이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젊은 고객들이 의(衣)보다는 식(食), 주(住)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지갑을 연다는 데 주목했다. 실제 부산본점의 지난해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매출 외형이 가장 큰 패션 의류의 경우 2011년과 비교해 부문별로 0.2~1.9%가량 줄어든 반면, 식품과 생활가전은 2.0%씩 증가했다. 지하 1, 2층에 들어선 고메 스트리트의 흥행도 이를 방증한다. 그는 “이미 서울 등지에서 검증된 맛집들이 우리 백화점을 통해 부산에 처음 선보이면서 줄을 서 먹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앞으로 부산에 진출하려면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 먼저 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식음료 분야를 강화할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9층에 문을 여는 마블스토어를 시작으로 건담베이스 등 키덜트족을 공략할 수 있는 매장을 늘려 백화점을 명소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점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선뜻 지갑을 여는 일명 오타쿠(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들이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 매장을 속속 입점시킬 예정이다”며 “백화점이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곳이 아니라 재밌고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점장은 리뉴얼을 계기로 지역 유통 대기업으로서 새롭게 시작한 청년 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다음 달 3일 별관에 지상 1, 2층(918㎡)에 선보일 청년 취업활동 지원 공간 ‘두드림(Do Dream) 센터’가 바로 그것.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은 공간 신설을 위한 비용 전액뿐 아니라 향후 20년간 부산시와 연계해 무상으로 제공한다. 최근 가성비 높은 제품 매장을 늘리는 분위기 속 두드림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판로를 지원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과거 고급 이미지에서 누구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백화점이 4차 산업 이후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그는 “온라인이나 모바일 매출 비중이 늘어나면서 롯데쇼핑에서도 쇼핑 도우미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백화점은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잘 구현될 수 있도록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입점한 삼성 IT숍과 같은 체험존을 늘리는 것도 그 일환이다”고 설명했다.

이재옥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장은 광주고등학교를 나와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 1995년 롯데쇼핑에 입사했다. 이후 영등포점 영업총괄팀장, 마케팅 전략팀장, 중동점장, 본사 여성패션부문장 등을 두루 맡았으며, 부산본점장으로는 지난 3월 부임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