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박2일·삼시세끼 등 아이템
- PD·작가 시골 출신이라 가능
-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은
- 연출아닌 애정 어린 관찰바탕
- 출연자 놀이터 설계하는 격

“저희 예능 프로그램이 사랑받는 비결요? 좀 더 따뜻하다고 할까, 출연진에 대한 애정 어린 관찰 때문이 아닐까요?”

최재영 작가는 “15년 넘게 일을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솟는다”면서 “뭐가 될진 몰라도 안 해본 사람과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용우 기자

‘1박2일’ ‘삼시세끼’ ‘신서유기’ ‘꽃보다 할배’ 요새 뜨는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모없는 신비한 잡학사전)’까지.. 나영석 PD와 함께 대한민국 대표 예능 프로그램들을 제작하는 최재영 작가를 서울 상암동 미디어시티내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른바 ‘뇌를 즐겁게 한다’는 예능의 새로운 시도로 ‘알쓸신잡’이 굉장히 인기를 끌고 있는데 종영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최 작가는 “당초 8회 예정돼 있었다. 출연진들이 연예인이 아니고, 스케줄 잡기도 여의치 않아 연장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획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같은 곳, 같은 현상을 바라봐도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하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화가 흘러가느냐를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에 시즌2를 하게 된다면 이번엔 여성 출연자들을 섭외해보고 싶다. 또 법학, 역사, 건축 등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로 또 다른 판을 깔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경남 마산 출신이다. 그는 프로그램에도 이른바 ‘촌놈’의 감성이 녹아들었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정서적으로 도시에서 자란 사람보다는 유연한 면이 있죠. 녹색을 좋아하고, 자연에서 뛰놀던 기억이 있어 공감하는 능력의 크기가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보단 크다. 삼시세끼나 1박2일 같은 아이템은 시골 출신 아니라면 나오기 어려웠겠죠. 어쩌다 보니 모였는데 같이 작업하는 나영석(충북 청주) 피디, 이우정(경남 진주) 작가도 다 시골 출신이다.”

어떻게 방송작가가 됐는가를 물어봤다. 대학 시절 일본으로 연수 가서 인물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방송작가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다큐 속 인기 방송 작가는 고급 저택에 외제차를 타고 화려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렇게 철없는 동경으로 시작됐지만 방송작가의 길은 누구보다 치열한 삶이다.

PD는 방송사별로 공채가 있지만 작가는 1990년대에 폐지돼 사실상 프리랜서 개념이다. 그는 “어찌 보면 누구나, 아무나 될 수 있지만 결국 실력으로 살아남는 직업”이라고 정의했다. 예능 프로는 대본을 어디까지 쓰는지 물어봤다. 최 작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지문과 대사가 있는 드라마 대본을 떠올린다. 그런데 예능은 그렇게 써줄 수 없다. 소위 리얼리티 예능은 말이나 행동을 관찰하는 형태라 대본을 쓰는 게 불가능하다. 놀이터를 설계하거나 무비트랩을 설치하는 것과 같다. 어디에 가서 어떻게 한다는 플로우만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신서유기나 1박2일 등에서 게임할 때 작가의 개입은 어느 정도일까? “게임할 땐 어떻게 해야 반응이 재미있게 나올지를 엄청나게 회의하고 고민한다. 룰 하나만 바꿔도, 소품 하나만 달라져도 반응이 엄청 달라지기 때문에 미리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한다”고 했다.

마산 토박이인 최 작가는 마산 산호초, 합포중, 창원 중앙고, 경남대 신방과를 졸업했다. 어린 시절은 극히 평범했다. 특별한 끼가 있었던 것도 아니라고 했다.

1박2일 프로그램 촬영할 때 다녔던 부산·경남지역 가운데 기억에 남는 곳을 물어봤다. “통영이 정말 좋았다. 경치도 좋지만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곳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음식이 맛있어서 좋았다. 이야기도 있고 먹거리도 있고, 그야말로 재발견했던 곳이다.”

‘나PD표 예능’이 인기 있는 이유는 뭘까. “조금 더 따뜻함이 느껴진다고 할까. 대상이 됐든, 인물이 됐든 애정이 있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그런 부분이 녹아 있어서 공감을 주는 것 같다. 캐릭터라이징도 우리가 연출하는 게 아니고, 그 모습을 잘 관찰해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때 시청자들이 좋아하고, 우리도 쾌감을 느낀다. 이서진이 까칠한 모습을 보이다가 후에 다정다감함을 드러내는 것도 연출된 게 전혀 아니다. 본인의 본모습이다. 애정어린 관찰을 통해 그걸 드러내 보여준다”

구상 중인 아이템을 물어보자 최 작가는 ‘영업비밀’이라며 웃었다. 그는 “15년 넘게 이 일을 하다 보니 일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솟는다. 일 자체가 새로운 영감을 준다”면서 “뭐가 될진 몰라도 안 해본 사람과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 항상 주파수를 세우고 사람들에게 지금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고 프로답게 말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