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째 합동추모대제 개최
- 유공자 1만4333명 넋 기려
- 정부 사단법인 지정하고
- 위패 모실 기념관 건립해야
- 종교 초월 참여 확대 바람직

2015년 영화 ‘암살’ 이후 잇따라 독립운동과 관련된 영화들이 개봉하면서 그간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유공자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에는 일제강점기 무정부주의자로서 일본 현지에서 투쟁했던 박열 의사의 행적이 영화로 소개되면서 그의 고향 문경 기념공원에는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부산에서 독립유공자의 공과 넋을 기리는 대규모 추모제가 열려 시민의 관심이 기대된다. ㈔대한민국독립유공자추모기념사업회중앙회(이하 사업회)가 10년째 해를 거르지 않고 이어온 대한민국독립유공자합동추모대제를 오는 25일 오후 2시 해운대구 벡스코 컨벤션홀 3층에서 진행한다.

박성종 독립유공자추모사업회 이사장은 “정부가 면밀한 검토를 통해 독립유공자단체들의 개별적인 특수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정빈 기자

“독립운동의 수혜는 유족만 입은 게 아니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독립유공자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대제를 준비하는 박성종(77) 사업회 이사장은 21일 “일반 시민 회원의 활동을 더 늘릴 겁니다. 이를 위한 기반 확충이 급선무”라는 말로 올해 대제 10주년에 대한 소감을 대신했다. 독립유공자합동추모대제는 사업회가 2008년부터 독립유공자 1만4333명과 무명용사 195만 명의 위패를 모시고 그 넋을 기려온 행사다. 지난해 행사 때는 2000명의 시민과 학생, 유공자 후손이 살풀이춤 동래학춤 육법공양 등의 위령 공연을 보고, 헌사 헌화 헌향 의식에 참여했다.

박 이사장은 독립유공자인 박태문 씨의 손자다. “농사꾼이셨던 할아버지께서 29세 때 고향인 전남 고흥에서 3·1 만세 운동에 참가하셨다고 합니다. 당시 일본 순경의 총을 빼앗은 혐의로 6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하셨죠. 이때를 계기로 독립운동 의지가 불타 일본으로 건너가 활동을 하다가 40세 때 돌아가셨습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유공자 유족을 모아서 2008년 국제신문 대강당에서 독립유공자유족회 창립식을 했다. 당시 행사는 직계 후손 등 1000여 명의 인파로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활동은 순탄치 못했다. 박 이사장은 “월례회를 개최했는데, 참가 숫자가 점차 줄어들더라”며 “제대로 해야겠다는 각오로 같은 해에 제1회 유공자합동추모제를 부산시청 녹음광장에서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4년 뒤 박 이사장은 유족회를 현재의 사업회로 바꾸고 부산시로부터 사단법인 허가를 받았다. 그 결과 매년 시로부터 300만 원을 지원받으며, 지난해부터는 지원 규모가 배로 늘었다. 이외에도 부산은행과 삼광사 등 불교단체에서 매년 300만 원, 200만 원을 대제에 후원한다. 하지만 박 이사장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후원금으로는 1000만 원 이상 드는 대제 비용을 감당하기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사업회는 현재 부산 금정구 구서동의 한 시장 상가 지하실에서 한 달에 10만 원짜리 월세 사무실을 내고 운영 중이다. 인건비 마련도 쉽지 않아 상근 근무자는 박 이사장과 화가인 장건조 부이사장 단 두 명뿐이다. 400명 가량 회원이 있지만, 이 중 유공자 유족은 10여 명뿐이다. 나머지는 일반 회원인데, 대다수가 이름만 걸어놓은 상태다.

이렇다 보니 예산 부족으로 엄두도 못 내는 추모관 건립은 사업회의 숙원이 됐다. 박 이사장은 “나무 위패 1만4333위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야 하지만, 대규모 공간이 없다 보니 벡스코에서 현수막 위패를 걸어놓고 한다”며 “국가보훈처에 정부 인정 사단법인 신청을 했지만, 유사 단체가 많다며 승인을 않고 있다. 정부가 각 단체의 활동을 면밀히 살펴 우리 사업회의 특수성을 공인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재 순국선열유족회가 일제에 항거하다 목숨을 잃은 유공자 2800여 명의 위패를 모시고 있으며 광복회가 105명의 유공자 제사를 지내는데, 그 외 수많은 유공자의 넋을 기리는 사업회를 정부가 사단법인으로 인정하면 추모관 건립을 위한 사업비 확보가 수월하다는 이야기다.

이외에 다양한 종교 단체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도 올해 10주년 맞은 사업회의 목표다. 행사 때마다 불교 이외에 다른 종교 쪽은 제의 형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참을 하지 않고 있어서다. 박 이사장은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민족대표 33인 중에는 기독교 천도교 천주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계 인사가 있었다. 종교를 초월한 호국정신이 독립유공자를 기리는 후손의 마음으로 전해져 다양한 분야의 인사와 시민의 참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말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