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 무상급식 시행 성과
- 지방분권·자치 의제 논의
- 상임위원장에 권한 대폭 위임
- 내년 의정공백없게 방안 모색
- 남은 임기 중 의장 역할 충실

"지난해 후반기부터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이라는 정치적인 혼란과 한진해운 사태, 지진과 태풍 피해 등 지역의 긴박한 현안으로 어느 때보다 힘들었습니다. 애초 생각했던 구상을 온전히 펼쳐 보이지 못한 아쉬움도 크지만,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 속에 시민 행복을 증진시키고 상생의 길을 찾는 데 적지 않은 성과도 얻었다고 자평합니다."

백종헌 부산시의회 의장이 취임 이후 지난 1년간 의정 활동 성과와 앞으로 남은 임기 1년 동안의 시의회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부산시의회 백종헌 의장은 제7대 시의회 후반기 의장 취임 1년을 맞은 9일 지난 1년간의 의장 활동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근 서병수 부산시장이 '민선 6기 3년에 대한 평가를 80점'이라고 자평한 것에 대해 백 의장은 "나도 80점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백 의장은 지난 1년간 시의회의 성과 가운데 가장 잘된 일을 '중학교 무상급식 전면 시행'으로 꼽았다. 그는 "최근 중학교 무상급식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 온 경남도의회가 부산의 중학교 무상급식 전면 시행을 보고 논의를 시작했다. 부산시와 시의회, 부산시교육청이 협치를 통해 중학교 무상급식을 완전 시행한 게 좋은 사례가 됐다"고 강조했다.

백 의장은 또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지방분권·자치 의제를 시의회에서 선제적으로 논의한 것도 지난 1년간의 주요한 성과로 꼽았다. 특히 지난달 2일 '제주포럼' 지방의회 세션 기조강연에서 아시아권 지방의회의 다자 간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지방분권·자치에 관한 국제적인 공조를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시의회 내부적으로는 의장의 권한을 내려놓고 상임위원장의 역할을 확대한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백 의장은 "시의회의 꽃은 각 분야의 상임위원장이다. 이들 상임위원장은 의정활동의 야전 사령관으로 소속 위원들과의 의견 조율을 통해 실제로 시의회를 끌어간다"면서 "상임위원장이 책임감 있게 의정에 매진하도록 의장에게 부여된 많은 권한을 이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장이 갖고 있던 자문위원이나 심의위원 등의 외부 인사의 추천권을 상임위원장이 직접 관할하도록 하고 해외 견문을 넓힐 기회를 가능한 한 상임위원장과 의원들에 배분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정 활동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백 의장은 공감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지방선거에 다선 시의원 상당수가 기초단체장 출마를 선언했고 초·재선 시의원들도 광역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내면서 각종 행사 참가 등으로 지역 민심 다지기가 한창이다. 이 때문에 의정 활동이 후순위로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백 의장은 "시의원 본인의 입신을 위한 의회가 돼서는 안 된다. 11일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의정 활동에 공백이 없도록 충분한 논의를 가지겠다"고 말했다.

다른 시·도 의회의 의장 대다수가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백 의장은 지방선거보다는 총선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남은 임기 중 의장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백 의장은 "눈앞에 보이는 실적에만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의 전반적인 체질을 개선하는 정책 마련에 힘쓰겠다. 부산은 저출산과 고령화, 청년 취업난 등 난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변화의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 빠른 해법보다는 바른 해법을 찾는 데 의회의 모든 동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