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이후 3번째 찾아
- 시인·혁명가 호세 마르티
- 연구하며 평전 출간 예정
- 쿠바인 감수성에 깊은 인상

부산의 인문학 공간 '백년어서원'(중구 동광동)을 운영하는 김수우 시인이 지난 6개월간 쿠바에 다녀왔다. 2013년 쿠바로 떠난 이후 3번째 방문이다. 김 시인을 만나 쿠바에서 보낸 시간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었다.

김수우 시인은 "호세 마르티를 통해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답을 찾고 싶었다"며 "그의 사상을 알리고 싶어 평전을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성효 기자

"쿠바에서 보낸 6개월간 공부만 하다 왔어요. 떠날 때는 쿠바의 멋진 풍광을 보며 글도 쓰고 여유 있게 보내자고 마음먹었는데…. 동양에서 온 아줌마의 열정에 그곳 교수들도 두 손 들었다니까요."

김 시인은 지난해 11월 쿠바로 떠나 호세마르티중앙연구소에서 공부했다.

쿠바 국민의 존경을 받는 시인이자 정치가 혁명가 언론인 호세 마르티와 그의 문학에 관해 연구했다.

"201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작가 해외 파견 사업에 응모해 쿠바에서 3개월간 살았죠. 그곳의 멋진 경치뿐만 아니라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호세 마르티를 만났고, 단번에 매료됐죠. 2015년에는 쿠바에서 한 달간 머물며 책 '쿠바, 춤추는 악어'를 펴냈어요. 이번에는 좀 더 욕심을 내어 호세 마르티의 문학을 공부하며 번역 작업에 도전했어요."

그렇다면 호세 마르티는 누구일까. 그는 쿠바 독립운동을 이끈 문학가이자 혁명가다. 10대 시절 1차 쿠바 독립운동에 참가했다 실패하자 해외로 망명했고, 이후 다시 쿠바로 돌아와 독립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국내에 생소하지만 현지에는 그의 이름을 딴 도서관과 공항이 있을 정도로 유명해요. 사회를 바꾸고자 했던 혁명가가 실은 시인이었다는 것이 저의 궁금증을 유발했죠. 사실 세월호 참사 이후 '문학이 사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컸어요. 특히 시를 읽는 사람은 줄고, 대신 시를 쓰는 사람은 늘어나는 상황을 보면서 문학이 자아도취의 수단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회의도 생겼고요. 그때 호세 마르티를 만났고, 문학이 사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답을 얻고 싶었던 것 같아요."

지난 6개월간 공부하며 그가 배운 것은 무엇일까.

"호세 마르티는 정치가 이전에 문인이었어요. 하지만 억압 받는 곳에서 시인이 되려면 혁명가가 될 수밖에 없었죠. 그는 민족을 사랑했고,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반면 저는 그동안 제 글쓰기에만 급급했을 뿐 사회를 돌아보거나 어떻게 참여할지 고민을 덜 했어요. 이제는 우리 사회의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제 생각을 실천에 옮길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그는 애초 호세 마르티의 시를 번역할 계획이었으나 방향을 바꿔 평전을 먼저 쓰기로 했다.

"호세 마르티를 이해하려다 보니 19세기 유럽과 미국 역사와 사상, 문학의 흐름까지 모조리 공부해야 했어요. 그러면서 단순히 그의 작품을 옮기는 것보다 이 사람의 사상을 더 많이 알리는 것이 낫겠다 싶어 평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김 시인은 쿠바에서 지내며 그곳 사람들의 감수성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쿠바는 아프리카와 유럽이 섞인 혼종문화 국가예요. 그렇지만 그들은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공존했고, 어릴 때부터 시를 읽으며 감수성을 풍부하게 키웠지요. 그것이 현재 쿠바의 예술을 만들었고, 사회적 모순을 가졌음에도 저력 있는 나라가 되게 했어요. 반면 우리나라는 세대, 이데올로기, 빈부 격차가 심화하며 양극단으로 치닫는 것 같아요. 시를 읽고 쓰며 감성을 키우고, 그러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문학의 역할 아닐까요."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