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년 전 장산 들꽃에 홀려
- 주변 생태계 복원에 관심
- 잊혀진 반딧불이 자생지 찾아
- 생태경관보전지 지정 쾌거

"요즘 장산엔 파파리 반딧불이가 한창입니다. 밤만 되면 황홀한 장면이 펼쳐집니다. 장산의 환경이 그만큼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옥숙표 습지보전위원장은 "장산 내 소나무 재선충 항공방제 구역이 줄면서 반딧불이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강조했다. 김종진 기자

장산반딧불이보존동아리 옥숙표(70) 습지보전위원장은 요즘 기분이 좋다. 부산 해운대구 장산습지 일대(3만6500㎡)가 최근 부산시 생태경관보전지역(본지 지난달 17일 자 8면 보도)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생태지역으로 지정되면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농약이나 유독물질의 살포 ▷야생동식물 포획·채취 ▷건축물 신축 등의 행위가 금지된다. 장산 습지 생태계를 온전히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장산 생태계를 상징하는 '산골조개' '설앵초' '파파리 반딧불이'는 옥 위원장의 눈에 띄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장산반딧불이보존동아리는 자생적인 환경보호시민모임이다. 2014년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시작했다. 현재 200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돼 있다.

옥 위원장이 장산 생태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들꽃이었다. 2002년 퇴직 이후 장산을 오르다 길가 들꽃을 보고 마음을 뺏겼다. 식물도감을 구해 독학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장산의 반딧불이와 만난 시기는 2012년이었다. 당시 장산 반딧불이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2006년 부산발전연구원의 '장산보전관리계획 용역보고서'에는 장산 반딧불이는 이미 사라졌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제대로 조사도 안 했다고 봅니다. '없는 것'이 아니라 '못 찾은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었습니다. 내 눈에 안 보인다고 없는 게 아닌데 반딧불이 없는 곳만 찾아다닌 것 같았습니다."

도심 한가운데 장산의 환경이 깨끗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뭘까. 옥 위원장은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정산과 장산을 비교했다. 등산객에게 개방된 금정산은 생태계가 오랫동안 악영향을 받았다. 반면 장산은 6·25전쟁 당시 한미연합사가 있었고 지금도 부분적으로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토착 생태계가 살아남았다는 것이 옥 위원장의 시각이다.

소나무 재선충 항공방제를 막은 것도 생태계 보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장산 반딧불이 그의 눈에 띈 2012년은 소나무 재선충 발병을 막기 위해 장산 습지 일대에 무차별적으로 약품이 살포되던 때였다. 항공방제 약품 피해를 막기 위해 가림막을 설치하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관계 당국에 소나무 재선충 항공방제를 중지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습니다. 2013년부터 항공방제 구역이 줄어들고, 반딧불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이제는 전국 최대 반딧불이 자생지라고 자신합니다."

옥 위원장은 장산 생태경관 보존을 위해 ▷희귀생물 보호대책 수립 ▷생태경관보전계획 조례 제정 ▷산림행정 변화 ▷친환경 곤충관찰센터 구축 ▷민관 합동 오염 감시체제 운용 ▷생태자원 가치 체계화 ▷유류세 일부의 환경 분야 편성 등 7가지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생태복원 사업은 4차 산업입니다. 사회공헌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미래세대의 희망'이 장산반딧불이동아리가 지향하는 가치입니다." 경남 거제 출생인 옥 위원장은 우정사업본부(당시 체신청)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2002년 KT(당시 한국전기통신공사)에서 퇴직했다. 김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