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에 일본 우경화 비판 후
- 대학 측이 사기혐의 덮어씌워
- 퇴직금도 주지않고 쫓아내
- 이달 중 해고 무효소송 계획
- "정의의 승리 꼭 보여주겠다"

"아베 정권을 비판한 저를 몰아내기 위해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해고를 정당화하려는 대학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김미경 전 일본 히로시마 시립대학 평화연구소 교수는 "대학 측의 부당한 해고에 대항해 이달 중 무효소송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민철 기자

김미경(54) 전 일본 히로시마 시립대학 평화연구소 교수는 13일 대학 측의 부당한 해고에 대해 이달 중 무효소송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전 교수는 부산대에서 영문학을, 미국 조지아대 대학원에서 여성학과 사회학을 공부한 후 2005년 히로시마 시립대 평화연구소에 강사로 부임했다. 그는 3년 만에 정년 보장 교수가 됐다. "25세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어요. 한국으로 돌아온 후 미 대사관에서 일했습니다. 그 이후 미 포플랜드주립대에서 대학 교수 생활을 하면서 미국 관련이 아닌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마침 히로시마 시립대에서 교원을 선발하기에 지원했지요."

그는 일본에 온 후 평화와 인권을 주제로 연구하며 한일관계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일본의 우경화를 비판하는 글을 국내외 언론에 활발히 기고했다. 김 전 교수는 현지에서 지난 3월 6일 출근 준비를 하다 형사들에게 체포됐다. 그는 경찰서로 연행돼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유치장에 갇힌 지 11일 뒤인 3월 17일 불기소 처분을 받고 풀려났다. 대학 측은 같은 날 징계해고 통지서를 발송해 그를 해고했다.

앞서 히로시마시립대는 그가 2014년 런던행 항공료 34만 엔(약 350만 원)을 부당수령했다며 사기죄로 형사고소를 했다. 2014년 연구년을 맞은 그는 영국 캐임브리지대 연수계획서를 제출했으나 펠로십에 탈락해 한국국제교류재단 기금 지원을 받아 한국에 왔다.

김 전 교수는 "대학 측은 한국에서 연구년을 보냈으면서 영국에 있는 것처럼 꾸며냈다는 위장연수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제가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연구년을 보내기 위해 한국 국제교류기금에 지원할 당시 직속상관인 깃카와 겐 평화연구소 소장이 써준 추천서까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히로시마시립대는 김 전 교수가 영국 연수를 위장하기 위해 한국 입출국 기록 증명서와 여권 기록, 탑승권 등 각종 증거 문서를 위조했다면서 연구내용과 정치적 주장과 해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전 교수는 "대학이 탑승하지도 않은 런던행 비행기의 항공료를 신청하고 관련 기록도 낼 것을 요구해 따른 것이지 의도적으로 문서를 위조한 것은 아니다"며 "검찰 조사에서도 그러한 점이 인정돼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국제신문을 비롯한 한국 언론과 미국 등 외국 언론 및 국제학술지 기고를 통해 아베 신조 정권의 과거사 관련 태도를 비판하면서 대학의 미움을 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칼럼을 기고한 후에는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협박성 이메일을 보냈고 깃카와 소장이 부임하기 전에도 대학 직원들이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업무를 지연시키는 일이 잦았어요."

김 전 교수는 본격적인 갈등이 불거진 것은 2013년 4월 깃카와 겐 소장이 부임하면서였다고 회고했다.

"소장은 수시로 소장실로 불러 한국과 한국인을 비난하는 발언을 했고 참다못해 지난해 3월 학교에 허레스먼트(괴롭힘)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차별은 더 정교해졌을 뿐입니다."

퇴직금도 받지 못하고 쫓겨난 김 전 교수는 길고 고독한 싸움에 돌입했다. 그는 "대학이 제시한 3가지 해고 사유(형사범죄·사회적인 물의·비도덕적 행위) 모두가 사리에 맞지 않고 절차도 문제인 만큼 정년 보장 교수를 해고한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소송은 2년에서 8년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끝까지 싸워 정의가 이긴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