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전부터 회원 모여 춤 연구
- 근현대 부산 춤 역사 고찰
- 영남 춤 논문 30여 편 발표
- 부산무용근현대사 출간 앞둬

"1945년 해방부터 1953년 서울 환도까지 한국무용사는 어려운 시기였지만, 부산은 춤 예술의 르네상스였습니다. 김천흥 이매방 김매자 김혜성 선생님이 서울 등지에서 부산으로 오셨고, 1951년 국립국악원이 부산에서 개원했죠. 제가 '한국근현대사에서 본 부산 춤의 변화양상'이란 논문으로 정리한 바 있습니다."

영남춤학회 김해성 부회장은 "어린이집 보육교사, 생활체육지도사 등 여러 영역에서 춤을 익히면 진로 선택에 유용하다"고 조언했다. 전민철 기자

부산여자대학교 김해성(47·유아체육무용과) 교수는 지금까지 영남 지역 춤에 관한 논문을 30여 편 발표했다. 국립부산국악원 북카페에 전시된 문장원(1917~2012), 김동원(1926~2001), 성계옥(1927~2009) 등 영남의 무형문화재 보유자에 관한 자료는 2012년 그가 정리했다. 2013년 그는 한국무용연구학회의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같은 해 영남춤학회 설립에 참여한 그는 현재 부회장 겸 논문편집위원장을 맡아 영남지역 춤을 발굴하고 학문적으로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8일 김해성 교수를 부산여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춤을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한 무렵 서울로 집을 옮겼다. 10세부터 콩쿠르에 나가고 학교에서 무용부장을 맡는 등 춤에 열정적이었는데, 학업도 놓지 않았다.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지며 다시 부산에 왔을 때 춤을 접고 부산동여고에 입학했다. 그러다 학내 민속무용 경연대회 때 안무자로서 재능을 주목받은 뒤 명무 김진홍 선생에게 춤을 배우면서 다시 춤판에 섰다.

이후 그는 부산여대 무용과에서 한국춤을 전공했지만, 학문에 대한 갈증은 여전했다. 이에 부산외대에 입학했다. "춤에 대한 회의가 있었던 것 같아요. 공부는 한 만큼 성과가 있는데 한국 춤은 '류'(계열)가 있다 보니 경연대회의 수상 결과를 보고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부산외대를 졸업한 뒤 부산대학교에서 춤을 연구해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강사를 거쳐 2001년 3년제인 부산여대 겸임교수, 2006년 전임교수가 됐다.

김 교수는 "돌고 돌아 춤판으로 왔다. 운명이자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춤은 많은 예술가가 추고 있는데, 춤 이론과 연구 분야는 침체해 있어요." 2013년 그는 경상대 김미숙 교수와 함께 영남춤학회를 만들었다. 김 교수는 "아직 옛 춤이 모두 발굴된 것이 아니다. 현존하는 춤 예술 대가들의 인물사를 연구하고 정리할 필요도 있다. 영남춤학회 회원 100여 명과 춤 전문가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남춤학회는 지금까지 영남 춤의 텃밭, 기방 문화, 무대화를 일군 예인들 등의 주제를 다뤘다.

김 교수가 재직하는 부산여대는 2008년 무용과를 없앴다가 지난해 무용 전공을 다시 개설했다. 여러 대학이 무용과를 없애는 추세와는 다른 행보다. 그는 "어린이집 보육교사, 생활체육지도사 등 여러 영역에서 춤을 익히면 진로 선택에서 유용하기 때문이다. 4년제 대학 무용학과를 다닌 학생들도 편입, 재입학 등으로 무용 전공으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공연이나 예술 춤 위주가 아니더라도 커리큘럼을 특화하고 다양화한다면 무용 전공 학과에도 길이 있다는 방증이었다.

김 교수는 유아 체육, 치매 전문 운동 지도사 분야의 교재를 펴낸 데 이어 '부산 무용 근현대사'를 정리해 조만간 책으로 낼 생각이다. 김 교수는 현재 부산시 문화재 전문위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교육위원, 아시아춤문화연구소 부소장, 김해성무용단 예술감독을 등을 맡고 있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