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서 첫 상업조업 성공
- 남극 신어장 개척 등 산증인
- "조업 수역 과학조사 참여
- 어장 기여도·위상 높일 것
- 한국도 크릴식품 허용 필요"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원양업계는 위축세가 두드러졌다. 한국 선사들은 일부 어장에서 철수했고 선사들은 '불법어업의 주범'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버텼다. 이런 가운데 한국 원양산업은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인성실업 박인성 회장이 원양어업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인성실업 박인성 회장은 한국 원양산업에서 남극해를 비롯한 신어장 개척에 앞장선 인물이다. 그는 남극해에서 메로(파타고니아 이빨고기), 크릴(새우 닮은 곤쟁이과의 갑각류) 어장을 개척했다. 유엔이 1992년 오징어 유자망 조업을 금지하자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개척한 것이 메로 조업이었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상업조업에 성공했다.

박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인성실업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1992년 봄 칠레의 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당시 그곳의 평균 음식값은 1,2달러였지만 메로는 15달러였을 정도로 비쌌다. 또 너무나 맛이 좋아 메로를 더 먹으려고 주문했지만 공급이 적어 추가 주문을 받지 않았다"며 "이 두 가지에 매료돼 칠레 교민들에게 탐문하고 해군 군함에 승선하면서 조업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메로는 남극해의 심해(2000~3000m)에 살고 값이 비싸기 때문에 우리 선사들이 어획해 미국 등지로 수출한다. 한국에서는 고급 음식점에서 소량으로 판매된다.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의 어획량 규제를 받는 것은 물론이다.

박 회장은 정부의 원양어업 규제 강화정책에 대해 "신어장 개척을 위해 19번의 시험조업을 했는데 성공한 것은 3번뿐이었다. 어장 개척은 특허 출원과 같다"며 "신어장 개척에 나서다 보면 갑자기 태풍이 불거나 큰 파도가 밀려와 살기 위해 본의 아니게 규정 위반이 되는 경우가 있다. 국제적인 요청에 따라 불가피하게 규제가 필요하다면 업계 현실을 감안하되 원양산업 진흥정책도 함께 제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원양어업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도록 인성실업 선박이 조업하는 수역의 해당 지역 수산관리기구가 요구하는 과학조사에 더욱더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해 해당 어장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이런 가운데에서도 자신이 개척했던 남극 크릴의 상품화를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그는 인성실업이 어획해 캐나다로 수출한 크릴을 원료로 만든 오메가3 제품을 들어 보이며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크릴을 식용으로 사용하지만 한국에서는 금지돼 있다. 불소가 함유됐다는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조치했는데 국민 건강을 위해 좋은지, 그렇지 않은지 따져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크릴은 국내에서는 낚시용 미끼로 활용되지만 일본에서는 인성실업이 수출한 크릴로 어병 치료용 약재로 만들어 활용한다. 박 회장은 크릴을 활용해 축산 사료로도 활용하기도 했다. 그는 "크릴을 활용해 양질의 참다랑어를 양식하면 경제성이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인성실업을 비롯한 원양업계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으로 큰 기대를 갖고 있다. 박 회장은 "바다의날 기념식사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부산 출신이라 바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더라"며 "인권변호사였던 문 대통령은 부산에서 선원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하는 등 약자의 편에서 많은 일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이 위축된 원양산업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활력을 넣어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1938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박 회장은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제빵업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수산업에 진출했다. 수산물 유통회사로 출발한 인성실업은 현재 국내 중견 원양선사로 성장했으며 부산 감천항에는 지상 5층 규모의 초대형 냉동·냉장공장을 운영하는 (주)인성글로벌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