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국제시장'에 영감 얻어
- 시장 '아지매' 사연 담아 완성
- 2년 간 부산 출신 가수 못찾다
- 지난달 가수 유민지 씨 참여
- 지역 원하면 노래 헌정할 것

부산 전통시장을 주제로 한 트로트 가요가 공식 발표됐다. 노래의 제목은 '부산 국제시장'. 이 노래는 2년 전 영화 '국제시장'에 감흥을 느껴 만들어졌지만, 오랜 시간 공개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달 음원 등록 뒤 발매를 시작했다.

구정수 작사가는 "우리네 어머니의 애환을 곡에 담으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창작된 지 2년이 된 곡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사연에 대해 26일 구정수(50) 작사가는 "노래가 제 임자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고향의 이야기가 담긴 노래인 만큼 부산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부탁한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앞서 구 작사가는 2014년 윤제균 감독의 영화 '국제시장'을 본 뒤 영감을 얻어 '부산 국제시장' 노래를 만들었다. 구 작사가는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한 최초의 노래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전통시장을 배경으로 살아온 우리네 어머니의 애환을 작품에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가수 섭외가 관건이었는데, 당시 구 작사가는 부산 출신을 찾았다. 부산 출신의 유명 가수에게 곡을 보내 섭외를 요청했지만, 해당 가수는 1년 동안 고민하더니 결국 부를 수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고 한다. 그 사이 부산 출신의 다른 가수가 국제시장을 주제로 앨범을 냈고, 그 바람에 '전국 최초의 국제시장 노래'라는 타이틀을 빼앗겼다.

구 작사가는 "전국구 가수들 대부분이 특정 지역에 한정된 소재의 곡을 부르기를 꺼려해 번번이 곡 발표가 무산됐다. 최초가 되지 못해 애석하다"면서도 "그래도 향토 가요는 지역 출신의 가수가 부르는 게 맞다는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곡은 신세대 트로트 가수 유민지(22) 씨를 만나 빛을 보게 됐다. 유 씨는 부산 출신으로, 최근 구 씨와 영호남 화합의 의미를 담은 곡 '서동요 천년의 사랑'을 함께 작업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사람도 많고 정도 많은 부산 국제시장. 판잣집 선술집 앞 오고 가는 사람들. 비린내 냄새나는 우리 어머니의 구슬픈 소리.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없는 것 다 빼고 있는 것 다 있는 정 많은 부산 국제시장'.

구 작사가는 "국제시장에서 만난 상인 아주머니의 사연을 듣고 그 감성을 가사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작곡가 김호식 씨가 만든 트로트의 구성진 멜로디가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로 대표되는 부산의 구수한 사투리를 만나 전통시장 특유의 사람 냄새를 물씬 풍긴다. 또 유 씨의 발랄한 느낌에 맞춰 전통 트로트보다는 세미 트로트로 경쾌함을 살렸다.

구 작사가는 전북 익산 출신으로, 시인이자 국내에서 몇 명 안 되는 향토 역사 곡 전문 작사가다. 그는 "전통시장이 사라지는 등 지역경제가 위축되는 게 안타까웠다"며 "내 고향을 비롯해 지역을 위해 기여할 방법을 찾다 보니 2년 전부터 향토 작사가로 활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된 노래가 '전주 아리랑' '나주 아리랑' '진주 아리랑' 등 다수의 아리랑 곡이다.

구 작사가는 "부산에서 요청하면 노래를 헌정할 의사가 있다. 최근 부산 중구청이 이 노래를 지역 행사 때마다 활용하겠다고 의사를 밝혀왔다"며 "계속해서 지방 도시의 정서와 명소가 담긴 노래를 만들어 향토 작사가로 명성을 높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