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 다대포서 '열린 결혼식'
- 드레스·메이크업 등 지원에
- TV·냉장고 등 혼수품 후원
- 지역 명망가·시민 하객 참여
- 검소한 혼례문화 확산 앞장

"소외계층만 작은결혼식을 하자는 게 아닙니다. 높은 비용이 드는 예식 문화 자체를 바꾸려는 거죠."

부산여성NGO연합회 김영숙 대표는 "작은결혼식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이를 돕는 명망가들의 후원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효 기자

25일 부산 서면의 사무실에서 만난 ㈔부산여성NGO연합회 김영숙(62) 대표는 이틀 뒤 열릴 제2회 뷰티풀 스몰웨딩을 위한 막바지 점검으로 분주했다. 결혼식에 도움을 주는 여러 기관과 기업에 전화를 걸어 특이사항을 확인하는가 하면 결혼식 현장 준비 팀과 수시로 접촉해 혹시 모를 만약의 상황에 대비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27일 부산 사하구 다대포 해변공원 소나무 숲에서 뷰티풀 스몰웨딩이 열린다"며 "비가 와도 행사는 진행될 것이다. 문제가 없도록 현장팀과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설명했다.

뷰티풀 스몰웨딩은 검소한 혼례 문화를 확산해 혼인자 수와 출산율을 늘리기 위한 무료 야외 공개 결혼식이다. 연합회가 지난해 작은결혼식 아이템으로 부산시의 경상 보조금 사업 공모에 참여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부산시민공원에서 커플 3쌍이 제1회 뷰티풀 스몰웨딩을 치렀다.

김 대표는 "처음 소외계층을 위한 작은결혼식을 타이틀로 삼아 지원자를 모집했다. 하겠다는 커플이 없더라"며 "타깃을 넓혀 작은결혼식을 대중적으로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뷰티풀 스몰웨딩으로 타이틀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시혜하듯 작은결혼식을 장려하면 참여가 적을 수밖에 없다. 부담이 작은 결혼식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답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1회 결혼식에 지원한 10쌍의 면면을 보면, 경제적으로 사정이 좋지 않거나 몸이 불편한 커플이 대다수였다. 당시 작은결혼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가난한 사람이 하는 결혼식 정도'로 협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는 교사같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등 1회 때보다 경제적 여건이 나은 커플을 상당수 대상자로 선정했다. 작은 결혼식의 저변을 넓히자는 취지다.

스몰웨딩에 참여하면 많은 혜택이 무료로 주어진다. 결혼 3종 세트라고 불리는 스·드·메(스튜디오 앨범 촬영·드레스·메이크업)는 물론, 전문 성악가의 재능기부로 예식 축하 공연도 제공한다. 또 하객 초청 없이 다대포를 찾는 시민이 자유롭게 야외 결혼식에 참석해 성혼 커플을 축하할 수 있게 했다. 별도의 주례 대신 시장 부인, 구청장 등 명망가들이 축사를 전하면서 결혼식의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또 사하구청과 여성경제인연합회 부산은행 경동건설 삼광사 좋은문화병원 등 11곳의 기업과 단체에서 TV 냉장고 세탁기 등 전자제품과 혼수품을 후원해 새 부부의 출발을 돕는다. 이렇게 참가 커플은 3000만~5000만 원의 예식비를 아끼게 된다. 김 대표는 "지난해 행사 때 시민 하객이 300명가량 모였다. 올해는 경품 추첨까지 마련돼 있어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며 "시민이 함께하는 결혼문화가 자리잡게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료 집단 야외 결혼식이라고 해서 기관 행사같은 매력 없는 예식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김 대표는 강조한다. 김 대표는 인테리어 전문업체 (주)일리드의 기술개발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인 현직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가다. 그는 "뷰티풀 스몰웨딩이라는 타이틀이 괜한 말이 아니다. 바다, 낙조분수를 배경으로 치르는 숲속의 아름다운 결혼식을 상상하면 된다. 신부가 입은 순백의 드레스와 야외 예식 무대가 조화를 이룰 것"이라며 "하객이 예식을 보며 내년엔 나도 신청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자는 각오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성혼 커플 3쌍도 1m 간격으로 서서 예식에 참여하기 때문에 축제의 주인공이 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대표는 20년 가까이 동부산대 생활도예과 겸임교수로서 학생들에게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또 2007~2009년과 2015~2017년 ㈔실내건축가협회 부산지회장을 역임했으며, 밝은세상21시민연대 회장으로서 환경 문화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며 공익사업을 해왔다. 그는 "예식장 인테리어 일을 하다 보면 막대한 비용 때문에 결혼 수요가 주는 문제를 체감할 수밖에 없다. 그 부담을 없애 결혼과 출산을 높이자는 일념으로 여성 NGO와 뜻을 모았다"며 "우리 사회의 명망가들이 후원을 많이 해주면 한 달에 2쌍씩 뷰티풀 스몰웨딩을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