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나스닥시장 모델 삼아
- '테슬라 요건'신설·도입
- 재무 실적 아닌 성장성 심사
- 미래 혁신형 기업 진입 촉진
- 코스닥 상장기업의 다국화도

한국거래소 김재준(55) 코스닥시장본부장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는 '대한민국 경제의 길, 코스닥시장'이다. IT(정보기술)·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들이 다수 상장된 코스닥 시장이 미래성장 산업의 젖줄이 될 수 있도록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문재인 정부가 신성장동력으로 4차 산업혁명과 중소기업 육성을 강조하면서 코스닥 시장에도 훈풍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올해 셀트리온헬스케어, 제일홀딩스, 티슈진 등 '대어(大魚)'급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거래소 김재준 코스닥시장본부장은 "부울경 지역의 상장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서순용 선임기자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최근 본지와 만난 김 본부장은 "앞으로 한국 경제가 발전하려면 전통적인 철강·조선 등 일명 '중후장대형' 산업에서 신성장 산업으로의 변환이 핵심"이라며 "코스닥은 코스피와 차별화된 시장진입과 상장제도로 미래 혁신형 기업의 폭넓은 시장 진입을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부울경 기업의 신규상장은 침체된 상태이다. 상장기업 수는 196개사로 전국 상장기업 수(1929개사)의 10.2%에 불과하다. 시가총액도 약 65조 원으로 전체 1500조 원의 4.3% 수준이다. 김 본부장은 "부산지역은 자동차부품, 조선기자재 등 수주산업에 치중돼 있다"며 "부산의 전체 산업구조가 수주산업이 아닌 자체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산업구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지역 의과대학을 활용한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해 영화·게임산업 등 부산의 강점을 살려 자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울경 기업 가운데 올해 들어 처음으로 창원에 본사를 둔 광학렌즈 제조업체 삼양옵틱스가 다음 달 상장될 예정이다. 또 부울경 기업 2곳이 코스닥 시장 상장 예비심사 단계를 밟고 있다.

올해부터 중소·벤처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미래주도형 기업들이 증시에 진입할 수 있도록 시장 진입기준을 크게 완화했다.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등 신성장 기업이 상장된 미국 나스닥시장처럼 코스닥시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적자 상태에서 나스닥에 상장돼 여기서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거래소는 이 사례를 모델로 삼아 올해 '테슬라 요건'을 신설했다. 재무실적이 아닌 미래 성장성 위주의 상장심사로 유망·혁신 기업의 코스닥시장 진입을 적극적으로 촉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산판 테슬라' 발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김 본부장은 "기술평가 특례 상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 바로 테슬라 요건"이라며 "기술평가 특례는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을 평가해 상장을 허용해 통상적으로 바이오기업의 상장에 적용됐지만, 테슬라 요건이 도입돼 기술에 대한 평가 없이 성장성만으로 상장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전국 테크노파크,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중소벤처기업 지원기관과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상장설명회 등 다양한 기업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외국기업의 코스닥 상장도 대폭 확대한다. 현재 코스닥에 상장한 외국기업 대부분이 중국기업이다. 김 본부장은 "아시아 우량기업과 선진 외국기업 등 대상으로 상장기업의 국적을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출신인 김재준 본부장은 1987년 증권거래소에 입사한 이후 전략기획부장, 파생상품시장본부 본부장보 등 다양한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14년 7월부터 코스닥시장 본부장과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