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내 '호통판사'로 알려져
- 청소년 사업·법안 마련 일조
- '자랑스러운 한국인대상' 이어
- '자랑스러운 부산대인' 선정
- "청소년회복센터 예산 절실"

법원에 가 본 적이 없거나 법관과 마주한 적이 없는 시민도 부산가정법원에 '호통판사'나 '비행청소년의 대부'가 있다는 사실은 안다. 이름은 몰라도 보호소년을 위한 각종 사업이나 법률안 통과에 발 벗고 나서는 그의 노력만큼은 널리 알려져 있다.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부장판사는 "청소년회복센터를 지원할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지역사회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민철 기자

부산가정법원 천종호(52·사법연수원 26기) 부장판사 이야기다. 천 부장판사는 지난달 '제2회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에서 법조인 부문 봉사대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 12일 '자랑스러운 부산대인'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23일 부산법원종합청사에서 만난 천 부장판사는 언제나 그랬듯 비행청소년을 '우리 아이들'이라고 불렀다. '우리 아이들'이라는 표현을 쓰게 된 배경을 묻자 그는 "의식적으로 부르는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나온 표현인데 이상하냐"고 반문한 뒤 "그야말로 내 이웃의 아이이자 우리 동네의 아이 아닌가. 미성숙한 단계에서 실수든 고의든 비행을 했지만 반드시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할 소중한 아이들"이라고 했다.

법정 밖에서 그는 소탈하고 넉넉한 인상이지만 재판에서 비행청소년들을 꾸짖을 때는 호통을 치기로 유명하다. '이제는 야단의 강도가 줄었느냐'고 하자 "처음이거나 비행의 정도가 약한 것은 몰라도 반복되거나 선을 넘은 비행을 저질렀다면 화가 나서 도저히 참지를 못한다. 이 정도로만 표현해 달라"며 웃었다.

천 부장판사는 매년 큰 상을 받으면서 '스타 법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는 수상을 마다하지 않는다. 통상의 법관들과 달리 언론 접촉도 피하지 않는다. 이는 경력 관리나 세간에 알려지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는 "수상을 통해 사법형 그룹홈이라고 불리는 청소년회복센터에 사회적 관심을 불러왔으면 한다. 상을 받으면 어려운 환경 속에 청소년회복센터를 맡고 있는 운영자들에게 보은의 기회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천 부장판사는 "상금으로 2014년부터 매년 청소년회복센터 운영진과 실무진들에게 '힐링 여행'을 선물하고 있다"며 "2015년 받은 상금 1000만 원은 전국 19곳의 청소년회복센터 운영자들의 제주도 여행경비로 사용했는데 올해는 상금이 없는 수상이 많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부산 남고와 부산대 법학과를 나온 천 부장판사는 '자랑스러운 부산대상'을 받은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이 상은 이전에는 여러 명에게 수여됐지만 올해부터는 단 2명만 받는다.

그는 "정말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힘들게 공부하면서 대학 진학 때나 사법시험 공부 때 숱한 고비가 있었다"고 운을 뗀 뒤 "모교에 보답을 해도 모자랄 처지에 모교에서 이렇게 상을 받게 돼 더없이 감사하다"고 전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청소년회복센터 운영과 관련한 현안을 강조했다. 청소년회복센터는 가벼운 범죄를 저질러 법원으로부터 1호 처분을 받은 소년범들을 돌보는 곳이다. 보호능력이 없거나 약한 부모를 대신해 '대안가정'이 돼 주는 이 센터는 법무부의 예산을 받아 운영되는 소년원과 다르게 법적 근거가 없어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에서 배제됐었다.

천 부장판사는 "국제신문과 지역 사회의 관심과 지속적인 보도에 힘입어 청소년회복센터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청소년 복지지원법 개정안이 지난해 통과됐다"면서 "정부가 센터 운영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만큼 지역사회가 보듬어야 할 '우리 아이들'을 위한 예산을 받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송진영 기자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