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대병원과 의료 교육 협약
- 언어소통 어려움 겪는 이주민
- 병원 이용 때 통·번역 서비스
- 협동조합 만들어 전문성 강화

지난해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약 200만 명으로 지난 10년 사이 배가량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3.9%에 해당하는 수치로 앞으로 그 수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민통번역센터 링크 한아름 센터장은 "중국 베트남 등 활동가가 많다보니 네팔 등 소수 이주민의 통역 지원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효 기자

2013년 ㈔이주민과 함께의 부설기관으로 출발한 이주민 통번역센터 링크(이하 링크)는 이주민을 위한 통·번역 서비스와 의료지원, 노동상담 등의 서비스를 한다. 의료 부문 통·번역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달 초에는 부산대학교병원과 '부산경남 이주민 공공의료통역 전문교육 및 지원사업' 협약식을 맺었다. 링크의 한아름 센터장을 만나 해당 사업의 필요성과 기관의 역할에 대해 들었다.

"낯선 나라에 적응하기도 힘든데 이주민들이 언어장벽으로 피해를 입고 차별까지 받아선 안 됩니다. 이주민 누구나 언어장벽 없이 통·번역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링크는 이주민들이 행정·의료기관에 갈 때나 상담이 필요할 때 통·번역을 해주고 있다. 중국어와 베트남어, 태국어 등 15개 언어가 지원된다. 통·번역을 담당하는 이주민들은 이곳에서 일정기간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현재 50여 명이 활동 중이다. 한 센터장은 "한국 생활을 먼저 시작한 선배 이주민들이 후배들의 한국 적응을 도와주는 시스템"이라며 "통·번역을 담당하는 이주민들에겐 일정한 수당도 지급된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과 협약은 의료 통·번역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추진했다. 대학병원 교수들이 통·번역을 맡을 이주민에게 3주간 60시간의 의료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교육 후엔 수료증을 수여한다. 이번 사업에는 최대 30명의 활동가가 참여할 예정으로 6월부터 본격적인 교육에 들어간다. 향후에는 공공의료통역사 등의 민간자격증으로 등록하는 게 링크의 계획이다.

링크는 지난해 4월 이주민 통·번역 활동가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공익적 차원의 통·번역을 포함해 비즈니스나 행사 통역 등 전문적인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합이다. 최고의 원어민 통·번역 서비스를 지향하는 만큼 조합원 가입 기준도 까다롭다. 한국어능력시험 5급 이상에 경력도 5년 이상 돼야 한다. 현재 22명의 조합원이 있다.

한 센터장은 "애초 조합을 만들면서 사회적기업으로 할지 고민도 했지만 망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운영해 보자는 생각에 주변의 도움 없이 조합을 발족시켰다"며 "모두가 노력한 결과 우리를 찾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주민들이 모여 시작한 조합이기에 행정·재정 등 여러 면에서 어려운 점이 많다. 중국, 베트남 등의 언어에 활동가가 집중돼 네팔과 스리랑카 등 소수 이주민들의 통역에 한계가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하지만 모두 한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이주민을 돕는다는 점에 역점을 두고 있기에 자신들이 필요한 곳에 언제든지 달려가 역량을 발휘할 생각이다.

한 센터장은 "이주민들은 한국이 필요로 하거나 한국이 꼭 필요해서 온 사람들이다. 그들의 사회 적응을 돕는 통·번역 서비스도 결국은 정부 지원을 통한 공공서비스로 이용 가능해야 할 것"이라며 "이곳을 통해 이주민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우리 사회와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이웃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