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체·기술없어 중구난방
- '제조업 혁신 3.0' 성과 미흡
- 부산, AI산업 특화 필요
- 인터넷은행 경쟁 가속될 것

"4차 산업혁명은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활용 범위가 갈수록 확대될 세계적인 경제 흐름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도 방향을 제대로 못 찾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구호만 요란할 뿐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 정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숭실대 김종완 겸임교수는 "부산의 미래 먹거리는 4차 산업에 있는 만큼 부산시가 전문기관과 논의를 진행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우 기자

숭실대 경영학부 김종완(59) 겸임교수는 국내 금융권에 인터넷뱅킹을 처음으로 도입한 금융·IT 관련 '1세대' 인사로 꼽힌다. 이는 그의 이력이 증명한다. 1980년 당시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부산지점에 입사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40년에 가까운 시간을 주로 금융권에서 보냈다. 2009년에는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논문으로 박사 학위까지 땄다. 우리은행 CIO(최고 정보책임자)와 한국IT서비스학회 부회장 등을 거쳐 지금은 교수뿐 아니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금융과 IT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그를 16일 만나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현주소 ▷부산의 해당 산업 발전 방안 ▷최근 영업을 시작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 의미 등을 들어봤다.

김 교수는 우리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적극적으로 주도해야 하는 당위성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4차 산업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습니다. 이는 스위스 최대 은행인 유니언뱅크(UBS)가 지난해 발표한 국가별 순위만 봐도 여실히 알 수 있죠. 왜 그럴까요. 정부의 정책이 '추상적인 선언' 수준에만 그치고 있는 데다 4차 산업혁명의 모든 주체 및 기술이 응집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방향성이 잡히지 않고 산만하다는 의미죠. 주요 대선 후보들도 관련 산업의 육성 방안을 강조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그림이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UBS의 '국가별 4차 산업혁명 대응도' 조사 자료를 보면, 한국은 일본(12위)과 대만(16위)보다 낮은 25위에 그쳤다. 1위와 2위는 각각 스위스와 싱가포르였다.

김 교수는 "정부가 4차 산업의 일환으로 2014년 '제조업 혁신 3.0' 방안을 발표하면서 스마트 팩토리를 1만 개 이상 만들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더 늦기 전에 국가적 발전 방향이 제시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 경제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정책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부산의 발전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부산의 미래 먹거리는 4차 산업에 있습니다. 상당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죠. 해당 산업과 관련해 부산시가 먼저 기본적인 정의를 내리고 민관합동 위원회 등을 구성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해야 합니다. 그 이후 방향성이 정해지면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에 대해 머리를 맞대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령 부산에 로봇 산업단지를 만든 뒤 클러스터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인공지능(AI) 관련 연구소를 설립해 특화형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도 좋은 방안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방향성을 정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아울러 그는 지난 6일 국내 최초로 영업을 시작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도 "미국(1995년)이나 일본(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한참 늦었지만, 모바일 스마트 금융시장의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은 '그들만의 리그'에 안주했던 국내 금융시장, 특히 모바일뱅킹 시장에 새로운 경쟁을 촉발시킬 것이다. 가격 경쟁력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전환점도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1958년 부산 출신인 김 교수는 부산대 법학과(학사·석사)를 졸업한 뒤 2006년 헬싱키 경영경제대학원에서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올해 1월부터는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의 경영총괄 전무도 맡고 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