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34회 맞는 BISFF
- 외국 거장 초청·VR 등 구성
- 플랫폼 개발과 조직안정화로
- 亞 단편영화의 허브 지향

"단편영화만의 가치와 매력이 존재하지만, 많은 관객에겐 낯선 게 사실이죠. 단편 고유의 미학을 발전시켜 온 서구권에 비해 아시아권이나 국내에서는 단편영화 관람 문화가 자리 잡지 못했어요. 부산국제단편영화제(BISFF)는 단편영화 가치를 알리는 동시에 아시아의 단편을 소개하고 제작·관람 문화를 활성화하는 '아시아 단편영화의 허브'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차민철 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단편영화제를 '아시아 단편 영화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서정빈 기자

올해로 34회를 맞는 BISFF(오는 25~30일)의 차민철(45) 신임 집행위원장은 이렇게 다짐했다. 차 집행위원장은 2012년 BISFF의 프로그래머로 인연을 맺고, 2014년부터 부집행위원장을 지내다 올해 집행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지난 5년 동안 영화제 곳곳에 새로운 시도와 변화로 활력을 불어넣었던 만큼 영화계 안팎의 기대도 높다.

"그간 성장 기반을 잘 닦아온 영화제가 다음 단계로 나가야 하는 시기인 만큼 부담이 크다"는 그는 "단편영화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을 마련하고, 내부적으로는 확대된 규모에 걸맞은 조직 안정화를 이루겠다"며 과제를 밝혔다. BISFF는 30여 년 전통을 지키며 꾸준히 성장했다. 1980년 한국단편영화제로 출범해 2000년 아시아단편영화제로 확장됐고, 2010년 부산국제단편영화제로 커졌다.

'국제영화제'로 바뀐 지난 7년 동안 BISFF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출품 편수가 5배 이상 많아지고, 감독이나 게스트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가파른 양적 확대에 비춰 질적 향상을 이룰 조직 구축에 아쉬운 점이 많았다. 차 위원장은 "그래서 더욱 도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이번 영화제 프로그램은 한결 내용이 풍성하다. 축제의 핵심인 경쟁 부문 외에도 초청 섹션이 다채롭다. BISFF 대표 프로그램인 주빈국 섹션에는 영화 강국 캐나다가 선정돼 단편영화는 물론 실험영화와 신기술이 접목된 VR 콘텐츠 등을 선보인다. 다양한 단편영화를 선보이기 위한 '월드쇼츠'도 새롭게 만들었다. 세계 주요 단편 거장의 작품을 소개하는 '프리즘'은 올해 신설한 섹션으로 마크 라파포트, 케빈 제롬 에버슨, 톰 앤더슨, 장 마리 스트로브 감독의 작품이 부산을 찾는다. 특히 마크 라파포트 감독은 작품 네 편을 들고 직접 방문해 관객과 만난다.

차 위원장은 "국내에서 단편이 습작 정도로 여겨지는 분위기도 있지만, 해외에서는 단편만 만드는 거장도 많다"며 "BISFF를 통해 단편영화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부산국제트랜스미디어포럼행사 일환으로 뉴미디어 체험 전시가 마련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대중에 처음 선보이는 인터랙티브 미디어가 김영조 감독의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 구현되며, 국립 파리-에스트 대학과 동의대가 공동 제작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 두 편도 무료 시연된다.

차 위원장은 "아시아 단편 영화인이 모여 교류하는 장도 만들었다. 서구권보다 단편영화 관람 문화가 약한 아시아권에서 BISFF가 활성화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 목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34회 BISFF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서구와 동구의 산복도로 옥상달빛극장에서 6일 동안 열린다.

차 집행위원장은 한국외대에서 불문학과 정치학을 전공하고 프랑스 파리3대학(영화), 파리정치대학(문화정치학)에서 석사를 마쳤으며 프랑스 그로노블 3대학에서 영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부터 동의대학교 영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