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출범…9개 공공시설 관리
- "예산 허투루 사용 절대 안 돼
- 공공성·수익성 두 마리 토끼
- 윤리경영으로 모두 잡겠다"

"전국 지방 공기업의 한결같은 고민이겠지만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날줄과 씨줄을 잘 엮어서 지방 공기업의 성공적인 모델이 되는 게 마지막 꿈입니다."

경남 밀양시설관리공단의 출범과 함께 초대 이사장에 취임한 박철석(60) 이사장은 공단 출범 2개월이 넘었지만 여전히 동분서주하고 있다. 박 이사장에게는 사무실이 곧 현장이고 현장이 곧 사무실이다. 고객인 시민의 여론 수렴부터 시설물 점검과 직원 독려 등 매일같이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밀양지역 첫 공기업인 밀양시설관리공단은 지난 1월 18일 사무실 현판식과 함께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생활체육시설 등을 포함한 관내 9개 공공시설물을 관리한다. 박 이사장은 밀양시청 상하수도과장과 건설과장, 나노융합국장을 역임한 뒤 지난해 9월 명예 퇴임했으며 CEO로 제2의 공직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지자체 공기업의 최대 난제는 공공성과 수익성 모두 만족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친절운동, 수익성 제고, 비용 절감 등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방만한 경영 등 지자체 공기업에 대한 불신 해소에 적극적이다.

그래서인지 박 이사장은 취임과 함께 공단의 경영방침으로 '윤리경영'을 내세웠다. "공공성과 수익성은 때때로 대치되는 개념"이라는 박 이사장은 "두 가지 모두를 만족하게 할 방안은 윤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수치로 나타나는 평가에 연연하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초석 다지기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다.

밀양시설관리공단의 윤리경영 브랜드는 '클린 마인드(Clean Mind)'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투명하지 않은 경영과 부정부패의 고리 속에서 발생한다"고 강조한 그는 "글자 그대로 깨끗한 마음, 깨끗한 생각으로 고객을 응대하고, 공단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역설했다. 실제 밀양시설관리공단의 감사는 외부에서 위촉한 전문가로 채워져 있다.

밀양 토박이인 그는 공무원 재직시절부터 탁월한 업무추진력과 소통력으로 상사와 부하직원의 신망이 두터웠다. 밀양시청 건설과장을 맡고 있던 2010년에는 도로관리 업무로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민 숙원사업인 교량 재가설 공사를 추진하면서 공기를 무려 1년이나 단축, 135억 원의 예산을 절감한 공로였다.

그는 "맡은 바 직무에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보릿고개 세대여서인지 예산이 허투루 사용되는 게 용납되지 않았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웬만한 추진력과 소통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한 번은 부서에 내려온 포상금을 놓고 '먹고 마시는 회식보다는 의미 있게 사용하자'며 직원들의 동의를 얻어 불우이웃 31가구에 쌀을 돌리기도 했다. 그 이후 밀양시청에는 부서 포상금을 불우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전통이 생겼다.

이런 그의 열정은 경영인으로 변신한 시설관리공단에서도 여전하다. 지난달 박 이사장은 동계 대학생 아르바이트에 나선 학생들에게 생활하수와 분뇨 등 각종 하수처리 과정을 직접 체험토록 했다. "적당히 시간만 보내면 될 것으로 생각했을 텐데 하수구에 들어가서 이물질을 제거·수거작업을 했으니 입이 튀어나왔을 것"이라며 "하지만 환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열심히 일하는 종사자들을 생각하는 좋은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설관리공단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시민 행복지수 향상 기관'"이라는 그는 "시민의 행복지수를 올리기 위해 전 임직원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시민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