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하다 부산 매력에 정착
- 방송인·영어강사·엔터테이너
- 새벽부터 한밤까지 종횡무진
- 7년째 밤 10~12시 라디오 DJ
- "애청자 중엔 왕팬도 많아요"

16일 오후 1시 부산영어방송(표준 FM 90.5)에서 신나는 힙합 리듬에 영어 한마디가 흘러나온다. 영어방송 DJ 채드(Chad Kirton)가 진행하는 '힙합 잉글리시(Hip-Hop English)'의 한 부분이다. 이 프로그램은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의 지원 아래 지난 6일부터 평일 오후 1시 방송된다. 방송시간은 6분에 불과하지만, 시민이 알기 쉽게 배울 수 있는 영어 표현을 음악과 함께 소개한 것이라 호응이 좋다.

부산영어방송에서 '힙합 잉글리시' 등을 진행하는 DJ 채드는 "사람들이 재밌고 신나서 집중하는 영어수업과 방송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순용 선임기자

영어방송 대표 DJ 채드는 이미 지역에서 유명 인물이다. 그는 영어방송 최초 외국인 프리랜서이자 PD로, 7년째 '미드나잇 라이더'(Midnight Rider·밤 10~12시)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밤 11시에는 프리스타일 랩을 구사해 화제가 됐다. '힙합 잉글리시'는 힙합이 각광받는 요즘 영어 교육과 랩을 접목하면 좋겠다는 영어방송의 제안으로 탄생했다.

최근 영어방송 스튜디오에서 만난 채드는 "방송과 영어 수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들이 재밌고 신나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만든 분위기에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호응하면 너무 행복하다"면서 "TV, 라디오, 유튜브 등 다양한 미디어 매체에서 활동하고 싶다"라고 향후 엔터테이너로서의 포부도 드러냈다.

캐나다 국적의 채드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0년이다. 태권도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지인의 소개로 경북 포항에서 태권도를 배우며 한국말과 한국 문화를 익혔다.

그가 '부산 사나이'가 된 것은 2002년이다. 우연히 떠난 여행길에 부산에 들른 그는 바다를 끼고 있는 대도시의 매력에 빠졌다. 그리고 부산의 한 학원에 어렵게 취직했고, 그의 독특한 매력을 눈여겨 본 학원 원장이 방송사 PD를 소개해주면서 KBS '전국은 지금', MBC '화제집중' 등에 여행 리포터로 출연하게 됐다. 이후 당시 PSB(현재 KNN) PD였던 영어방송 유정임 국장을 만나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PSB입니다'를 2년간 진행했다. 방송인, 영어 강사, 엔터테이너 3가지 모두 소화하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채드는 자신을 "일 중독자"라고 표현했다. 채드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는 부산과 한국의 음식을 소재로 만든 힙합 뮤직비디오가 업데이트되어 있고, 이 밖에 한국 전통문화와 관련된 방송용 영상이 빼곡하다. 그는 CJ헬로비전 '통통통', 부산MBC '바다야 놀자', CF, 부산시 홍보 영상 등에 출연했다. 또 동명대 등 여러 대학과 학원에서 영어 수업을 하는 것은 물론, 랩을 장기로 살려 클럽 DJ를 맡거나 각종 국제 행사와 이벤트도 진행했다.

그는 "매일 아침 9시에 나와 새벽 1시까지 수업과 방송을 소화하고, 토요일에는 각종 행사를 진행한다. 일요일에는 TBN 부산교통방송에서 '달리는 라디오 교통방송입니다'를 한국어로 방송하는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한국어로 방송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활동하며 전국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더 좋지 않냐는 질문에 "나는 부산 남자, 부산 출신"이라며 "캐나다에서 느낄 수 없었던 정을 부산에서 너무 많이 느꼈고, 택시기사 중에는 '왕팬'도 계시기에 이곳을 떠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채드는 "가족 중에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제가 유일할 만큼 넉넉하지 못했다. 12살부터 항상 스스로 일을 찾는 것이 습관처럼 몸에 배여있다. 또 캐나다에서 얻을 수 없는 기회를 한국에 와서 얻게 돼 아직도 꿈속에 사는 것 같다. 주어진 기회에 감사해서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