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근해 어자원 감소 등 대응
- 수산 분야 패러다임 바꿔야

"연구의 모든 우선 순위는 국민입니다."

	조정희 KMI 수산연구본부장은 "국민 경제와 생활 발전이라는 목표를 모든 연구에 녹여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조정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연구본부장이 인터뷰 내내 수차례 강조한 말이다. 그는 KMI의 수산 분야 연구 총괄 지휘자다.

부산 영도구 해양클러스터에 위치한 KMI는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 출연 국책연구기관으로 해운항만수산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이지만 영도구민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남해 EEZ(배타적경제수역) 바닷모래채취와 관련해 지난달 2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모래채취로 인해 변형된 해저지형은 원상회복이 거의 불가능"이라는 사실을 적시해 정부 정책에 일침을 가했다. 모래채취와 관련해 부산경남지역 어민들의 앓는 소리 정도로만 여겼던 서울 등 타 지역 언론들도 이 보고서를 근거로 연일 보도해 '바닷모래 채취'가 수산 분야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조 본부장은 "KMI가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되는 해양수산분야 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아무리 해양수산부가 KMI보다 큰 규모의 부처라 해도 국민을 위해서라면 정책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해수부로부터 용역을 받아 해수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근거와 논리를 지원하거나, KMI가 자체 진행한 연구를 해수부가 받아들여 정책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수산 분야에서는 해수부 산하의 국립수산과학원은 과학적인 데이터를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KMI가 정책으로 연구하면 해수부가 받아 들이는 시스템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

그는 '실용'이라는 단어도 자주 사용했다. 연구 결과가 정부 정책뿐 아니라 국민에게 실용적으로 도움이 돼야 하기 때문이란다.

인터뷰한 다음 날인 지난 9일 그는 뉴칼레도니아에서 열리는 남태평양위원회 연례회의(SPC)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회의 참석 후에는 별도로 남태평양 연안국과 수산분야 협력사업 등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제6회 한·남태평양수산포럼'을 열었다. 갈수록 조업구역이 좁아지고 조업 할당량이 감소하는 원양어업 분야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 KMI 수산연구본부는 한·아프리카포럼, 한·중남미포럼도 개최하고 있다.

KMI는 국내 연구결과를 함께 나누는 포럼도 매년 개최한다. 지난 1월 올 한 해의 해양수산 분야 전망을 통해 관계자들이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해양수산 전망대회'와 지난달 전국 12개 광역시·도가 참여해 서로의 해양 정책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전국 해양수산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조 본부장은 양창호 원장이 취임 후 연구 결과를 일반인이나 관계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추진해 연구하는 입장에서도 힘이 난다고 했다. 그 덕분에 해양수산 분야 경제현안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동향분석과 월간동향 등의 자료를 누구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KMI가 개설한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그는 "이제 수산 분야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근해 자원량의 감소, 원양 조업량과 조업구역의 감소, 양식산업의 발전, 4차 산업과 수산업의 접목 등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대응책이 과거와 크게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 본부장은 국내 수산 분야에서 흔치 않은 미국 박사다. 해양학 연구로 명성이 높은 로드아일랜드대학에서 환경자원경제학 박사를 받은 그는 대통령 직속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회 수석전문관, FAO(유엔식량농업기구) 아시아태평양 수산위원회 부의장, 2012 여수 세계 박람회 조직위 학술행사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