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지났지만 일부 학생은
-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여전
- 아무도 책임 안져 안타까워
- 무료로 피해학생 상담 치료

폭설이 쏟아지던 2014년 2월 17일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당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중이던 부산외대 학생 9명을 비롯해 10명이 숨졌다. 지난달 부산외대 남산동캠퍼스에서 생존자와 유족 등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3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김지훈 부산대 교수는 "경주 참사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는 학생들의 상처가 모두 아물 때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서순용 선임기자

지난 7일 부산 금정구 남산동 부산외국어대학교 학생상담센터에서 만난 부산대 김지훈(50·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경주 마우나리조트 참사는 너무도 큰 사고였지만 두 달 뒤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빨리 멀어졌다. 세월이 흐르면서 학교 내에서조차 잊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참사 직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3년째 치료하고 있다. 처음 학교를 찾았을 때 환자 규모와 상태가 너무 심각해 놀랐다는 그는 부산외대 부총장에게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치료하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매주 부산외대를 찾아 지금까지 200회가 넘는 방문치료를 하고 있다.

당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던 1000여 명의 학생 중 일부는 아직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느낀다. 지난달에 참사 후 처음으로 학생상담센터를 찾은 학생도 있었다. 그와 상담을 하는 동안 우울증으로 폭음하거나 자해를 기도한 학생, 학교 강당에 들어오지 못하던 학생 등이 서서히 안정을 찾아갔다. 아직 학생 3명이 김 교수로부터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그에게 학생 치료는 일상이다.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앓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치료를 그만둘 수가 없다. 그렇다고 사례비를 받는 것은 아니다. 학교 측에서 미안한 마음에 건넨 교통비조차 피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사양했다.

상담 치료를 받는 학생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학생들의 미안함을 덜어주면서 치료를 병행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부산외대 내 추모공원에 치료비 대신 국화 한 송이를 놓고 오라고 말한다. 사고를 회피하려는 학생들에게 이 치료법은 자연스럽게 마음의 상처를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또 참사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길 두려워하는 학생들에게 위안을 주기도 한다. 누군가가 국화 한 송이를 보고 참사를 기억할 수 있고 신입생들에게도 무슨 사건인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국화를 올리고 오기도 한다. 아이들의 마음이 그렇게 정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는 학생들은 처음에는 멍한 상태다가 이후 사고에 대해 회피하게 된다. 회피하는 단계가 끝나면 과잉 각성상태가 돼 자신도 모르게 비슷한 상황이 오면 깜짝깜짝 놀라는 단계에 이른다"며 "학생마다 진행 속도가 달라 누가 회피 단계고 각성 단계인지 알 수 없기에 치료를 손에서 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주 참사 이후 우리 사회에 이 사태를 책임지는 어른이 없다는 점에 가슴이 사무쳤다는 김 교수는 "지금이라도 아픔을 지닌 채 힘들어하는 학생이 있다면 언제든 주저하지 말고 상담센터로 문을 열고 들어오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부산에서 태어난 김 교수는 부산대 의대를 졸업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