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작업 돌아볼 계기이자
- 미래 계획 고민 동기돼 기뻐"
- 옛 모습 보존하는 건축 추구
- 솔밭예술마을 등 대표 작품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고 나면 삶의 질이 높아지듯, 우리가 만든 공간이 삶의 질을 높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건축가가 만드는 공간은 매개체예요. 매개체를 통해 삶의 질이 얼마나 높아지느냐가 중요하죠."

올해의 건축가상을 수상한 남편 김덕모 씨와 부인 강민주 씨는 "건축은 화려한 건물 대신 주변과 조화로운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김성효 기자

부산 해운대구 '에이도스 건축사사무소'의 김덕모(54) 대표, 강민주(49) 소장은 최근 한국건축가협회 부산건축가회가 시행한 제10회 부산건축상에서 '올해의 건축가' 상을 수상했다. '감천문화마을 게스트하우스' '해운대 솔밭예술마을' 등 작품을 통해 도시재생에 새로운 대안공간을 제시하고 도시의 가치를 높인 활동을 인정받았다. 두 사람은 부산시가 선정한 '공공건축가'이기도 하다.

1995년 결혼한 부부인 두 사람은 수상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남편인 김 대표는 "눈에 띄는 건축 작업을 한 게 없다. 수상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과거에 어떤 작업을 했고,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할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돼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건물 형태를 아름답게 지으려면 얼마든지 지을 수 있어요. 건축은 화려한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죠. 단순하게,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짓는 게 우리의 목표예요." 강 소장이 두 사람의 건축 철학을 설명했다.

실제로 지역의 도시재생에 기여한 두 사람의 작품은 화려해서 눈에 띄거나 이정표가 되는 건물이 아니다. 마치 마을에서 오래 머문 건물처럼 주변과 조화를 이루고 마을의 분위기에 스며든다. '감천문화마을 게스트하우스'는 마을의 계단식 지형과 가옥 배치에 따라 한 층짜리 단층 주택이 4단에 걸쳐 서 있다. 수직으로 들어선 게스트하우스 건물들을 하나로 엮기 위해 한 집을 없애고 골목을 텄다. 없던 골목이 생겨 주민들과 관광객이 이전보다 다니기 편해졌고, 사람이 다니면서 길이 활성화됐다.

'해운대 솔밭예술마을'도 철학은 같았다. 300~500년 된 해송을 보존하면서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해송 사이사이에 컨테이너식 건물을 앉혀 예술가의 작업공간인 공방을 만들었다. 강 소장은 "공원을 조성하면 자칫 우범지대화 될 수 있는데, 공방이 들어서 그런 우려도 막고 외국 관광객이 들르는 관광코스가 됐다는 말을 듣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다 부수고 다시 짓는 건축"이 아니라 옛 모습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두 사람의 건축철학은 프랑스 유학의 영향이 컸다. 김 대표는 "프랑스의 도시가 오랫동안 보존된 것은 옛 건물을 살리면서 다시 생명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도시는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도시가 아름다워지려면 건물과 건축가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두 사람이 건축 작업을 하며 어려운 점 가운데 하나는 "건물이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축주를 설득하는 일"이다. 강 소장은 "건축주의 이익도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건물 하나하나가 모여 도시가 만들어지니 조금 양보하고, 조금 배려해 달라는 설명을 최대한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건축가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건축가는 우리 사회 최고의 디자이너입니다. 그런데 건물을 지을 때 시공사를 먼저 찾아가는 일이 많습니다. 건축가(건축사)는 그저 행정 일을 처리해주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두 사람은 "건축은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공간을 창조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옛 모습을 간직하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재창조될 '부산다운 부산'을 만들 두 사람의 활약이 기대된다.

김 대표와 강 소장은 동아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라빌레뜨 국립건축학교에서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건축사, 한국건축사 면허와 실내디자이너 자격증을 갖고 있다. 동아대 건축학과에 출강하고 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