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명 예방전담팀 순찰 강화
- 지역사회 치안 주체로 참여
- 범죄요인 사전 제거에 주력
- 따뜻한 경찰 활동 등으로
- 시민 신뢰 회복에도 앞장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경찰 활동으로 지난해 불미스러웠던 부산 경찰의 이미지를 씻어내겠습니다. 하지만 불법과 무질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히 대응할 것입니다."

허영범 부산경찰청장은 27일 "부산 시민의 사랑을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민철 기자

허영범(59) 부산경찰청장의 인상은 푸근했다. 짙은 눈썹에 살짝 내려간 눈꼬리가 '사람 좋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하지만 '다, 나, 까'로 끝나는 중저음의 목소리에는 경찰 특유의 단호함도 배어 나왔다. 지난해 9월 제27대 부산경찰청장으로 부임한 허 청장을 27일 부산경찰청에서 만났다.

"올해 부산 경찰의 핵심 목표는 범죄 예방입니다. 기존 경찰 활동이 범죄 후 범인을 검거하고 처벌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전에 범죄를 막자는 것이죠. 부산에서 활동 중인 32명의 범죄예방전담팀을 통해 위험 지역 순찰을 강화하고,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진단 결과를 토대로 범죄 요인을 미리 제거해 나가겠습니다."

허 청장은 '공동체 치안' 활동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소득 격차 심화 등의 사회변화로 인해 치안 환경도 변하고 있다. 경제·분노·충동 범죄가 나타나는 이유다.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민·지자체 등 지역 사회 전체가 하나의 치안 주체로 기능하는 새로운 치안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의 신뢰와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부산 경찰은 지난해 학교폭력전담관 사건으로 시민의 신뢰를 잃은 상태다. 허 청장도 이를 의식해 "실추된 부산 경찰의 명예와 주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허 청장은 "올해 부산경찰청의 정책 비전이 '안전한 부산, 사랑 받는 부산경찰'이다. 경찰의 동력은 시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공동체 치안도 한 축인 시민의 협조가 필요하다. 경찰이 기본 책무에 충실하고, 시민이 원하는 치안 문제의 해법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시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최근의 '따뜻한 경찰 활동'을 사례로 들었다. "얼마 전 사하경찰서 한 형사가 절도범에게 3만 원의 온정을 베푼 것이 화제가 됐다. 묵묵하게 일하는 현장 직원의 노력과 열정이 있기 때문에 조만간 부산 경찰이 시민의 사랑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저도 열심히 일한 직원을 발굴해 격려·표창 등으로 현장의 사기를 높이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형성에는 허 청장의 몫이 컸다. 부산경찰청장으로 취임한 뒤 매달 전 직원에게 감사와 격려의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민생치안을 어지럽히는 범죄 사건 등을 해결한 직원에게도 손수 작성한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직원들은 이를 '형님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허 청장은 "처음엔 직원들이 당황했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직접 제게 답장을 보낼 정도로 직원과 소통 창구로 자리잡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부산을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한 허 청장은 "1996년 강서서와 사하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 20여년만에 다시 부산 시민의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며 "부산의 치안 총수로서 책임감이 막중하지만, 모든 직원과 함께 시민의 안전을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1958년생인 허 청장은 경기 파주 출신으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경찰간부후보 33기로 1985년 경찰 업무를 시작해 인제경찰서 서장, 경찰청 수사국 수사기획관, 경찰청 보안국 국장, 대구지방경찰청 청장 등을 거쳤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