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상 등 갈등 첨예 속
- 제18회 대회 일본서 개최
- 대회 때마다 현지서 주목
- 11년째 '박기수' 회장배도

아베 총리의 우익 행보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긴밀하지 못하다. 최근에는 일본 측이 부산 소녀상 철거를 요청해 우리 국민이 일본에 대해 품은 감정은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

	17일 부산 동구 경남여고 정구장에서 한일친선정구협의회 회원들이 제18회 한일 친선정구대회를 앞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전민철 기자

하지만 18년째 정구로 양국 체육인의 우정을 다지는 모임이 있다. 바로 '한일친선정구협의회'다.

이들은 해마다 일본과 한국에서 번갈아가며 '한일 친선정구대회'를 연다. 이들은 '즐거운 정구 인생'을 기치로 즐겁게 사는 한국과 일본의 보통 국민이다. 이들은 정구만 하는 게 아니다. 정구를 매개로 양국의 도시와 지역을 돌아보며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려 한다. 깊은 대화로 형제자매처럼 지낸다.

올해 18회를 맞은 한일 친선정구대회는 일본 야마구치(山口) 현 야나이(柳井) 시에서 열린다. 오는 26일 열리는 이 대회에 한국 선수단은 전국에서 남녀 총 45명이 참가한다. 24일 출발해 28일 귀국할 예정이다. 참가 선수 대부분이 60대 이상이다. 40대는 두 명이다. 이들은 노익장을 과시하며 건강도 챙긴다.

한일친선정구대회는 부산과 시모노세키 간 정구인 축제인 '부관 친선 정구대회'에서 친분을 쌓은 박기수(85) 씨와 미야자키 야마구치 현 소프트 테니스 연맹 부회장, 김태용 전 울산 정구연맹 회장의 인연이 발단이 돼 열렸다. 1976년 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 자매결연을 계기로 정구 교류를 시작한 게 '부관 친선 정구대회'이다. 이 대회는 40년이 넘은 부산과 시모노세키의 민간 교류사이기도 하다. 김태용 전 울산 정구연맹 회장이 1990년대 중반 '부관 친선 정구대회'처럼 지역 동호인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계기를 만들고 싶어 친선교환경기를 제안하면서 '한일친선정구대회'가 성사됐다. 해마다 일본 야마구치 현과 한국을 번갈아 가며 열린다. 일본에서는 야마구치 현 곳곳에서, 한국에서는 전국 곳곳에서 대회가 개최된다.

동호인들은 이 대회에 "져도 좋고 이기면 더 좋다"는 정신으로 참가하고 있다. 한국 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박기수 회장은 기자 출신의 생활체육인이다. 국제신문과 부산매일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을 거치며 기자 생활을 한 언론인이다. 1997년 정년 때까지 약 40년을 기자로 살았다. 1958년 부산지역 3대 언론기관인 '민주신보' 견습기자로 시작했다. 동아일보 기자 시절 삼성의 사카린 밀수 사건 특종을 놓친 것을 천추의 한으로 생각하고 있다. 당시 경남지사 데스크를 맡았던 박 회장은 본사에 이를 보고했지만 "기사를 쓰라"는 지시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정구를 위해서라면 세계 어디든 다닌다. 정구는 일본이 원조이고 한국과 대만도 즐긴다. 이 3개국을 돌아다니며 정구를 전파하는 산증인이다. 박 회장은 "일본에서는 90세가 넘은 나이에도 정구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보면 대단한 운동이다. 테니스는 오래 치면 '엘보'가 생겨 나이가 들면 즐기지 못한다. 하지만 정구는 거동을 하는 한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하얀 옷을 입고 하얀 운동화를 신고 '팡팡' 소리를 내며 치는 정구의 매력에 빠졌다. 운동을 시작한 지 벌써 70년이 넘었다. 한국-일본-대만 정구 교류의 공을 인정받아 2007년 '박기수배 정구대회'가 생길 정도다.

박 회장은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전국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정구를 즐긴다. 평생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연식 정구에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양국 체육인의 민간교류에 대해 일본 언론은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야마구치 지역 언론은 대회가 열릴 때마다 이를 뉴스로 다뤘다. 일본 유력 신문인 요미우리 신문이 2011년 이를 보도하기도 했다.

최현진 기자 nam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