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위해 유인균 식단 개발
- 항생제 투여 환자에 제공
- 미생물 사라진 장 활동 개선
- 면역력 강화해 회복 빠르게
장(腸)이 건강해야 면역력이 높아져 수술 후 빨리 회복할 수 있다며 인체에 유익하게 작용하는 '유인균(Human microbiome)'을 넣은 환자식을 주는 병원이 있다. 센텀의료재단 소속 부산센텀병원과 서부산센텀병원. 이들 병원은 4개월 전부터 유인균으로 발효한 음식과 음료를 환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
| 박종호 부산센텀병원장이 17일 유인균 환자식을 통해 수술 환자의 항생제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손에 든 것이 유인균 발효음료. 전민철 기자 |
입원환자들의 장내 건강을 개선하려고 유인균 식단 아이디어를 낸 이는 병원 영양사가 아니라 정형외과 전문의인 박종호(61) 부산센텀병원장. 박 병원장이 유인균에 각별한 관심을 두는 이유가 궁금했다. "수술 후 항생제 복용으로 인해 변비나 속 쓰림, 복통, 설사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의외로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 고령사회를 맞아 정형외과 환자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60~80대 노인은 수술 이후 항생제 투여, 스트레스 증가, 의욕 상실 같은 몇 가지 요인이 맞물리면서 면역력과 체력이 급격히 저하돼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 병원장은 17일 "정형외과 전문병원 특성상 큰 수술을 많이 하는데 염증과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고단위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독한 항생제 영향으로 수술이 잘 됐는데도 환자의 회복이 더딘 문제를 해결하려고 여러모로 연구하고 고민하다가 유인균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항생제 투여로 장 안에 사라진 미생물을 유인균이 풍부한 식단을 통해 장 활동을 개선하고 면역력을 키워 수술 후 빠른 회복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장에는 얼마나 많은 미생물이 살고 어떤 기능을 할까. "인간의 장에는 500여 종의 미생물이 10조 개 이상 존재하고 그 무게만 1.5~2㎏에 달해요. 어마어마한 양의 미생물이 우리 몸의 대사를 조절하고 인체의 생리와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죠.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행복전달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90% 이상이 소장 점막에 존재하고 세로토닌 합성에 장내 미생물이 엄청난 영향을 미쳐요. 유익한 미생물을 통한 장내 개선은 건강의 지름길입니다."
장내 미생물은 몸에 좋은 유익균과 나쁜 유해균으로 나눌 수 있다. 그는 "유해균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며 "유해균이 일정 부분을 차지하면서 유익균과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야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인균은 유익균과 유해균 사이에서 유익균이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작용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단순 유산균을 섭취하는 것보다 유익한 균이 늘어날 수 있도록 돕는 유인균을 먹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유인균은 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뿐 아니라 고초균, 효모균 등을 함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화두를 풀기 위해 영국 동물학자 앨러나 콜렌이 쓴 '10 퍼센트 인간'을 비롯해 미생물과 관련된 책 수십 권을 읽었고 유인균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한국의과학연구원과 지난해 협약을 맺었다. 환자 식단에도 유인균을 도입했다. 매끼 환자식에 유인균을 넣은 발효 밥상을 제공할 뿐 아니라 매주 수요일 경남 양산에 있는 센텀병원농원에서 직접 키운 채소를 유인균으로 발효시켜 만든 식초 음료를 만들어 환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그는 "환자 식단에 유인균을 도입한 지 4개월밖에 안 됐지만 변비를 비롯한 항생제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효과를 보고 있다"며 "앞으로 식품회사를 세워 퇴원한 환자에게도 유인균 음료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2015년 '제12회 자랑스러운 부산대인'으로 선정됐고, 지난해 7월 부산대가 학생들의 식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아침 식사를 1000원에 제공한다는 소식을 듣고 저녁에도 싸게 식사를 제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5000만 원을 기부했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