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에 걸쳐 춤꾼 집안
- 강태홍류 산조춤 계승자
- 딸과 함께 지역 춤 집대성
- "전통춤 나이들수록 감동"

"춤은 바로, 나죠. 나."

	'한국춤총론'을 완성한 김온경 씨가 그의 춤 인생과 예술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춤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청화당 김온경(79·부산시무형문화재 동래고무 예능보유자) 씨는 '인생'이라고 답했다. 춤은 운명과도 같았다. 높은 안목을 가진 아버지의 권유로 10세에 춤을 추기 시작한 그는 춤에서 도망치듯 결혼을 하고 떠났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언가에 이끌리듯 다시 돌아와 춤인생 2막을 열었다. 지역 춤에 초점을 맞춘 '한국민속무용연구' '부산경남향토무용총론' '동래고무총람' '부산춤100년사' 등을 집필했다. 최근 이 네 권을 최종으로 정리한 '한국춤총론'을 완성한 김온경 씨를 만나 그의 춤 인생과 예술관에 관해 들었다.

해방 직후 열에 아홉은 가난했던 시절, 김온경 씨는 양산 대지주의 아들이었던 아버지 김동민(1910~1999) 선생 밑에서 부유하게 자랐다. 기생이나 광대 외에는 춤을 추는 경우가 드문 시대였지만 일본에서 공부한 아버지는 선견지명을 가진 전통예술 예찬론자였다. "기생과 광대를 전통 예술가로 보셨어요. '정치는 다른 사람이 해도 문화예술, 그중에서도 춤은 내가 책임진다'는 말을 자주 하셨지요. 그 덕분에 우리 집에는 항상 춤꾼들이 드나들었어요." 가야금 산조의 명인 강태홍(1893~1957) 선생에게 직접 배운 그는 현재 강태홍류 산조춤의 유일한 계승자이다.

김동민 선생은 딸 김 씨를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매일 연습하고 비정기적으로 공연도 한 그는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서둘러 결혼했다. "자유롭게 춤을 추고 싶었는데 너무 갇혀서 춤을 추니 진저리가 났어요. 결혼 후 10년 동안 세 남매를 낳고 오롯이 여자로 살았어요."

주부의 삶은 행복했지만, 까닭 모를 일이 그를 다시 춤계로 이끌었다. "가정생활은 원만하게 흐르지 못했고 급기야 위암 수술까지 받을 정도로 몸이 나빠졌어요. 이혼이 흠인 시절에 저를 믿어준 분도, 다시 춤을 추라고 응원해준 분도 아버지셨지요."

다시 시작한 춤은 김 씨를 살아 숨쉬게 했다.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석사 공부를 마쳤다. 한때 무용학원을 운영했는데 맏딸 윤여숙 씨가 춤의 길을 택했고, 손녀 곽미소 씨까지 한국춤을 전공해 보기 드문 춤 4대 집안이 됐다. 2011년에는 김동민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춤 4대전을 열었다.

신라대 무용학과 교수(1983~2003), 부산무용협회장(2001~2005), 부산민속예술보존협회 이사장(2009~2013) 등을 지내며 춤 전문서를 집필했다. "춤꾼은 몸으로 자기표현을 하되 말과 글로 남기는 경우가 드물어 제대로 인정 못 받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평생 춤을 춘 사람으로서 가진 안목과 가치관을 담아 썼습니다." 이번에 펴낸 '한국춤총론'에서는 앞서 발간한 4권에 자료를 더 보완하여 정리하고 싶었던 갈증을 풀었다. 딸 윤 씨와 함께 이 책을 집필했다.

2003년 마련한 청화당 연습실에서 토요일마다 제자들과 춤 연습을 하는 그는 "춤을 추며 에너지를 얻는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춤이 (몸에) 실리는 순간'마다 큰 환희를 느낀다고 했다.

"한국 전통춤은 나이가 들수록 느끼는 감동도 주는 감동도 깊어져요. 윤기가 있고 농익은 매력이 있죠. 몸과 춤이 합일을 이루면 기분이 좋고 마음이 후련해요. "

"보이는 아름다움보다 우리 춤의 한과 흥, 멋에 더 집중했으면 합니다. 예쁜 태만 가지고 생명력 없이 추는 단기적인 춤은 '인형춤'이죠. 우리 고유의 한 흥 멋을 잘 표출하면 천하 미인이 추는 아름다운 춤이 되죠."

그는 제39회 부산광역시 문화상(1996), 제3회 신라학술상(2001) 제5회 부산예술상(2006) 등을 받았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