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유일 사립미술관

- 1년8개월간 30여 차례 전시 

- 매달 1000여 명 몰리는 명소

- 어린이·청소년 교육도 병행

"모두 어렵고 힘들 거라며 만류했지만 그래도 이 일을 꼭 하고 싶었고 지금 하고 있습니다. 누가 뭐래도 문화와 예술을 전달하는 소통의 창구역할을 제대로 해 보고 싶습니다."

경남 사천 유일의 사립미술관인 '리 미술관'을 운영하는 유은리(38) 관장을 지난 5일 사무실에서 만났다. 경남도박물관협의회 공모사업에 선정된 '꽃길을 걷다'라는 주제의 전시회를 막 끝낸 시기였다.

유 관장은 문화 불모지나 다름없는 사천에 지난해 7월 미술관을 개관, 지금까지 1년8개월간 30여 차례의 전시회와 초대전을 열었다. 한 달에 두세 차례 전시회를 연 셈이다. 특히 올 들어서만 21회를 기록했다. 

미술관은 260여 ㎡ 규모로, 세 개의 전시관과 사무실 교육장 등을 갖추고 있다. 각 전시관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작지만 매월 1000여 명의 관람객이 찾아올 정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미술관은 사천읍이나 진주 등지에서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고는 찾아오기 어려울 정도로 접근성이 낮지만 관람객들이 물어물어 찾아올 정도로 지역의 '명소'가 됐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했고 역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유 관장이 미술관을 열고 싶어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어릴 때부터 박물관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아버지를 보며 자라다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 것. 결정적으로 대학 졸업 후 5년여간 경남 거제에서 테마박물관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돕게 되면서 어느새 미술관 운영이 그의 꿈으로 자리잡았다. 

가슴에 품고 있던 꿈은 결혼 후 사천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면서 만난 친구, 부산의 소꿉친구와 의기투합하면서 이루어졌다. 미술관 부지를 찾기 위해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어느 날 신촌길로 들어섰는데 너른 용현들판과 서택저수지를 굽어보는 지금의 위치에 반했단다. '리 미술관'이라는 이름은 공동 관장으로 시작한 세 사람의 이름에 공통으로 들어있던 '리'자에서 따왔다.

개관 후 1년여가 지나자 운영비에 부담을 느낀 두 친구가 관장직을 포기했고 지금은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를 지낸 서연우(여·29) 씨가 공동관장을 맡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 역시 운영비나 작가 섭외 등 미술관 운영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미술관을 통해 문화를 향유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신념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 유 관장은 "돈을 벌려면 창원이나 부산으로 가는 게 유리했겠지만 경제적 이익보다는 단지 '미술관 일'을 하고 싶어 문화 불모지이자 시댁이 있는 사천에 뿌리를 내렸다"고 강조했다. 또 미술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고뇌에 대한 이해와 관람객의 문화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미술관 경영을 해본 사람이 더 잘 운영할 수 있다는 자부심도 갖고 있다. 

이런 그가 운영에 있어서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 바로 '작가 섭외'다. 한 번의 전시회를 열기 위해서는 짧게는 몇 개월에서 1년가량의 준비기간이 필요해 미리 전시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다양한 장르와 함께, 지역과 중앙의 작가를 균형 있게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작품 전시 외에도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고교생에게 '큐레이터의 역할'을 주제로 진로교육을 하고 있으며 유치원생 및 초·중학생에게 미술체험학습도 진행하고 있다. '토요문화학교'나 '길 위의 인문학' '창의적 체험학습' 등의 공모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술관 개관'이라는 첫 번째 꿈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미술을 통해 르네상스를 이루고 싶다'는 꿈이 하나 더 남아 있기 때문이다.

유 관장은 "지금은 미술관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전시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며 "앞으로는 시민들의 문화 갤러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