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내 미화원·경비원 등 초청
- '감사콘서트' 2년째 진두지휘
- 온천천서 '환경무용' 열기도
- "예술가 이기주의 경계해야"
"벌써 18년 전이네요. 당시 썩은 냄새가 진동했던 온천천에 몸을 담갔어요. 하지만 나와 제자들은 신나게 춤을 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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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대 정귀인 대학문화원장은 "예술가를 꿈꾸는 제자들이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감사 콘서트를 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
부산대 미화원·경비원 등 대학 내 현장 근로자 180여 명을 초청해 지난 18일 교내 상남국제회관에서 '감사 콘서트'를 열었던 부산대 정귀인(무용학과 교수) 대학문화원장. 이 날 예술대학생회 학생들은 무대에 올라 무용은 물론 흥겨운 국악 공연을 펼쳐 많은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감사 콘서트를 진두지휘한 정 원장을 최근 상남국제회관 1층 식당에서 만났다. 그는 행사에 관한 이야기에 앞서 1998년 온천천에서 펼친 '환경 무용'에 얽힌 이야기부터 들려줬다. 정 원장이 고안해 낸 환경 무용은 파괴된 자연환경 속에서 무용하며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고상한 예술가'라는 첫인상이 편견이었음을 알게 됐다.
정 원장은 1990년대 부산대 앞을 흐르는 온천천이 정비되기 전 출퇴근길에 항상 지저분한 하천을 봤다. 안타까움에 어쩔 줄 몰랐던 그는 온천천을 깨끗하게 만들 방법을 고민했다. 그가 생각해낸 답은 '저곳에 들어가 무용을 하자'였다. 망설이던 무용과 제자들을 설득했다. 하천 주변에서 넘치는 쓰레기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1998년 단옷날(음력 5월 5일) 밤 부산대역 온천천 다리 위에서 하천 쪽으로 밝은 조명이 들어왔다. 그는 40여 명의 제자와 함께 온천천에 들어가 '창포에 머리 감고'라는 제목의 공연을 펼쳤다.
그는 "낮에는 그렇게 시커멓던 물이 그날 밤 조명 빛에 비쳐 어찌나 밝게 빛나던지 학생들과 그 물을 뒤집어쓰고 난리가 났다"며 웃었다. 무용과 제자들은 하천의 악취에 시달리고 일부 학생은 피부병까지 걸렸지만 연속해서 3년 동안 행사를 열었다. 이 공연은 여름밤 행락 인파가 많은 수영구 민락동 수변공원으로 장소를 옮겨 한동안 계속됐다.
이제까지 그가 펼친 춤사위는 화려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의례적인 현대 무용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무용을 하고 싶었던 그는 "환경 무용이나 감사 콘서트도 같은 맥락"이라며 "온천천에서 춤을 추는 것, 감사 콘서트 등은 우리가 평상시 무심코 지나치는 하천과 현장 근로자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퍼포먼스이고 행사"라고 말했다.
이어 정 원장은 "감사 콘서트는 평소 감사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우리 학생들이 무의식적으로 현장 근로자들을 대하는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특히 예술가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이기주의에 젖어 있는 현실에 대해 늘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예술가가 될 학생들이 타인에 대한 진한 공감 없이 진정한 예술을 할 수 없다. 미화원과 경비원분들에게 진정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2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사실 2014년 비공식적으로 처음 열렸다. 당시 예술대 학장이었던 정 원장은 예술대 건물을 관리해주는 80여 명의 미화원·경비원들을 초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뷔페 행사를 열었다.
중학교 때 무용을 시작한 정 원장에게 춤은 있는 그대로의 진솔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춤의 역할은 예쁘고 아름다움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표현해야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한 그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소통하면 창조가 꽃핀다. 예술가의 새로운 생각과 행동은 결국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