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 이어 2년 전 대표로
- 실내건축 전공 매장에 반영
- 고객요구 맞춰 신제품 개발
- 수도권 진출 등 가능성 타진

부산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겐츠(Gentz) 베이커리는 2002년 부산 남구 용호동 LG 메트로시티 아파트 상가에서 출발했다. 아파트 입주민 사이에서 얻은 '빵이 맛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현재는 부산·경남지역에 매장이 총 7곳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용호동에 제2 공장을 열었다. 이곳은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한다. 부동의 판매 1위는 밤 식빵. 우유가 아닌 생크림으로 만드는 게 맛의 비결이다. 2위는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몽블랑이다.

겐츠 베이커리 정호연 대표는 "우리 매장을 찾는 모든 고객이 행복한 마음으로 빵을 사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민철 기자

40여 년간 빵만 만든 겐츠베이커리의 창업자 정복식(59) 씨는 2014년 10월 대표이사 자리를 외동딸 호연(30) 씨에게 물려줬다. 정 대표는 영국 노팅엄 트렌트대학교(Nottingham Trent University)에서 실내 건축학을 전공한 재원이다. 최근 정 대표를 만나 겐츠의 미래에 관해 물었다.

그는 "2014년 당시 덴마크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사업 확장으로 너무 힘들어하시다가 일 년만 도와달라며 저를 불러 한국으로 들어왔다. 어느덧 3개월이 지나니 아버지가 결단을 하시는 바람에 그만 대표자리를 맡게 됐다"고 웃었다. 전공이 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영국에서 10년간 살며 빵을 주식으로 해 빵이 낯설지 않을뿐더러 좋아하기까지 한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또 평소 그의 취미는 요리법 개발하기다.

"저희 부모님 세대가 그렇듯이 아버지는 빵 기술을 배우면 평생 배불리 먹고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셨죠. 부산의 오래된 빵집인 고려당의 공장장으로 스카우트되면서 아버지가 부산으로 내려오게 됐어요. 그 이후 처음으로 브랜드를 내걸고 시작한 빵집이 바로 겐츠예요." 정 대표는 "겐츠의 영어 어원은 멋쟁이들, 독일식으로 해석하면 우리빵을 먹는 멋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겐츠를 소개했다.

그가 대표 자리에 오르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기술자들의 사진을 매장 전면에 내세운 것이었다. 또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내 겐츠 매장은 소녀 감성이 물씬 풍기는 살굿빛 벽면으로 , 건축과 공간디자인을 공부한 정 대표의 감각이 반영된 것이다.

정 대표는 "매장이 좁다 보니 최대한 밝고 화사하게 보이게 디자인했다"며 "간결한 인테리어로 제품이 돋보일 수 있게 신경을 썼다. 매대 테이블도 천연 대리석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겐츠의 매장마다 인테리어에 차별화를 둘 생각이다. 정 대표는 "같은 색상과 콘셉트의 매장은 자칫 프랜차이즈 매장처럼 보일 수 있다. 겐츠만의 정체성을 갖고 최대한 옛날 느낌은 간직하면서 새로운 인테리어가 어우러진 매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정 대표의 아이디어는 인테리어뿐 아니라 제품에도 반영됐다. 그는 "조각 케이크를 힘들게 먹는 고객의 모습을 보고 걸어 다니면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스푼 케이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쌀앙금빵과 쌀야채빵도 그가 대표에 오른 뒤 선보인 겐츠의 신제품이다.

겐츠가 유명해질 수 있었던 계기는 독특한 포장 덕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여전히 정 대표의 어머니가 개발한 리본 포장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정 대표는 "선물세트를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리본 포장을 해드리는데 포장이 예뻐서 다른 선물을 가져와 포장해달라고 요청하는 단골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우리 매장에 오는 모든 고객이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빵을 사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동안은 여력이 없어서 놓친 기회가 많지만, 앞으로는 수도권 매장 진출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업을 진행해 부산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베이커리로 우뚝 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