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서 단 3개 뿐인 축제
- 어렵고 재미없는 행사 탈피
- 놀이정신 제대로 살려 볼 것
- 출품작 중 18점은 영구 전시

"우리나라에도 부산비엔날레,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가 있는 등 전 세계적으로 200여 개에 달하는 비엔날레가 있습니다. 그러나 조각비엔날레는 창원과 호주 네덜란드 등지에 단 3개에 불과합니다. 그런 만큼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고 특이성이 있는 것이죠."

제3회 창원조각비엔날레 윤진섭 총감독은 "이번 비엔날레에서도 시민이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도록 '놀이 정신'을 제대로 구현해보겠다"고 밝혔다.

올해로 3회째인 2016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윤진섭(61) 총감독. 그는 오는 9월 22일부터 10월 23일까지 경남 창원시 용지호수공원, 성산아트홀에서 열리는 창원조각비엔날레 준비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번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시민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문화예술 행사의 열매를 시민에게 돌려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민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난해해서 공감하기 힘들고, 프로젝트식 전시에 치중하는 비엔날레라면 그 열매를 시민에게 돌려줄 수 없을 것입니다. 어려운 예술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즐기는 쉬운 예술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번 비엔날레는 시민들의 예술 향수를 자극하고 시민들이 진정으로 즐길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윤 총감독은 자신의 특기인 '놀이 정신'을 제대로 살리겠다고 했다. 그는 많은 비엔날레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은 '난해하고 재미없고 대중적이지 못한 데다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주제는 '억조창생(億造創生)'이다. 대중과 함께하자는 취지다. 윤 총감독은 "원래 억조창생(億兆蒼生)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백성'이라는 뜻이다. 이 중 '조'와 '창'자를 바꿔 '수많은 사물에 예술가의 혼을 불어넣어 생명을 부여한다'로 했다. 대중에게 사랑받고 관람객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진정한 소통의 장을 이루자는 의미에서 이런 주제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주제에 맞게 참여 작가 선정에 특별한 기준을 정하지는 않았다. '억조창생'에 부합한다면 국내외 유명 작가이든 일반인이든 가리지 않고 초청하기로 했다. 더욱 많은 작가가 참여해 관람객과 공감할 가능성을 활짝 열어놨다.

또 작품을 한순간 전시하고 회수했던 앞선 비엔날레와 달리 이번에는 출품 작품 중 18점은 용지호수공원에 영구 전시한다.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노벨로 피노티, 밈모 팔라디노,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 등의 작품이 그것. 윤 총감독은 "이들 거장의 작품을 용지호수공원에 영구 전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각각 수억 원이나 되는 작품이지만, 10분의 1도 되지 않은 액수에도 거장들이 흔쾌히 영구 전시에 응해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비엔날레의 취지처럼 자연의 품에서 조각작품을 감상하는 등 예술을 즐길 수 있게 한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용지호수공원은 조경이 잘 돼 있고, 푸른 숲과 호수가 조화를 이루고 있죠. 그러나 잔디밭이 너무 평평하게 조성돼 있어 자연적이지 못해요. 인근 야산 등 주변 녹지공간과 함께한다면 자연스러움을 더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주변 녹지 공간에 조각품을 배치해 자연 속의 조각공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창원시에 제안할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연차적으로 조각공원을 확장한다면 머잖은 장래에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조각공원이 될 것이라고 윤 총감독은 강조했다.

그는 "창원은 내게 익숙한 곳이다. 창원의 원로작가인 유택열 화백과 우성 김종영 선생에 대한 학술세미나 때 발제를 맡은 적이 있고 마산조각공원과 진해 장복산조각공원의 커미셔너를 지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총감독이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성공적인 개최와 조각공원 조성 기반 마련, 방향 설정에 열정을 보이는 이유다.

윤 총감독은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와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한 뒤 호주 웨스턴 시드니대학에서 미술사와 미술비평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1, 3회 광주비엔날레 큐레이터, 제50회 상파울루비엔날레 커미셔너, 제3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전시 총감독,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 등을 지냈다.

노수윤 기자 synh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