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일항쟁위 자료 전시 준비
- 외국인 방문 늘릴 방안 고민
- 강제동원 과정 만화로 구성
- 8월 첫 기획전시에 큰 기대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 개관 후 처음으로 전문가 관장을 영입하면서 정비에 나섰다. 공모를 거쳐 역사관장직에 앉은 김우림(55) 관장은 고려대 박물관 학예사를 시작으로 40대의 젊은 나이에 서울역사박물관장을 지냈다. 또 울산박물관 건립 추진단장과 울산박물관장을 역임했다. 23일 신임 김 관장을 만나 개관 초기 혼선을 드러냈던 역사관의 향후 운영 방침을 물었다.

일제강제동원역사관 김우림 관장은 "대일항쟁위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류해 관람객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순용 선임기자

"전시실에 근사해 보이는 조형물이 꽤 있습니다만, 사실 콘텐츠가 부족한 박물관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김 관장은 현재 역사관이 가진 약점을 가감 없이 짚어냈다. 역사관을 채운 전시물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대일항쟁위) 활동 중 모인 육성 증언과 사진, 친필 편지 등이다. 김 관장은 "눈에 확 띄는 볼거리가 없어 전시실은 스토리텔링에 치중하는 방식으로 구성됐지만, 방문객의 몰입도를 높이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풍부한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역사관으로 옮긴 대일항쟁위의 나머지 자료로 부족한 콘텐츠를 보충하기로 했다. 김 관장은 "대일항쟁위로부터 받은 도서, 사진, 편지 등 자료를 분류하고 연말까지 유물 등록을 마칠 계획이다. 무의미한 조형물은 진본 자료로 대체하는 등 역사관의 상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시실을 꾸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또 "전시실뿐 아니라 역사관 내 도서관에도 분류된 자료를 둬 누구든 한 점이라도 많은 기록을 접하게 할 생각이다. 이들 전시물을 유네스코에 등재시키는 게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현재 역사관은 상설전시뿐 아니라 학예사 업무를 체험하는 직업 체험과 조별로 강제동원지의 지도를 만들고 지역 특성을 파악하는 체험활동 등을 제공하고 있다.

오는 8월 진행될 역사관의 첫 기획전시는 역사관의 면모를 한층 드높일 것으로 보인다. 첫 기획 전시에서는 만화 작가들과 함께 일제 강제 동원의 과정을 만화로 구성해 선보일 계획으로 현재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김 관장은 "지난해 경기 만화박물관에서 광복 70주년 만화특별전이 열렸다. 특별전을 견학하면서 만화는 시대정신을 담을 수 있고, 역사적 콘텐츠가 방문객에게 훌륭하게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 역사관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중국, 나아가 세계의 사람들이 함께 기억해야 할 아픈 역사를 간직한 제2의 홀로코스트 박물관입니다." 김 관장은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손쉽게 역사관을 방문하고 전시된 콘텐츠를 통해 강제동원의 역사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지금처럼 전시된 상황과 유물에 대한 설명이 한국어와 영어로만 표기되는 것은 외국인 방문객에게 장벽이다. 모든 콘텐츠에 대한 설명이 적어도 영어와 중국어, 일어로 표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불편한 점은 역사관이 다른 기관과 협의해야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한 해 21억 원 수준인 운영비로는 셔틀버스 운영 등 자구책을 마련하기 어려워 김 관장은 외부 지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 관장은 "바로 이웃한 유엔평화기념관장이나 남구청장, 김정훈 국회의원 등 외부인사를 만나 공동 셔틀버스 운영이나 마을·시내버스 노선 변경의 필요성을 전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2년의 임기로 시작했지만 김 관장의 임기는 성과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는 역사관 운영 중장기 계획을 세워놓고 관장으로서 자신의 경력을 역사관에서 매듭짓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역사관에 온 첫날 취임식 대신 직원들을 모아 공모 지원 때 제출했던 직무수행계획서를 설명하는 것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유물 기증 및 관리의 틀을 잡고 콘텐츠를 보완하며, 6개월도 남지 않은 1주년 특별전을 함께 준비하자고 부탁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