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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피플] 손숙희 부산건축가회 회장

첫 여성 건축가회장…54년 만에 '유리천장' 깼다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6-02-18 19:59:1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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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처음엔 여자라고 현장서 무시
- 30년간 활약하며 실력 쌓아
- 부산다운건축상 대상 수상 등
- 지역 원로·본회에 이름 알려
- 시 도시재생 사업 등 도울 것

한국건축가협회 부산지회(부산건축가회)가 창설된 지 54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회장'이 탄생했다. 부산건축가회의 새 회장으로 당선된 손숙희(52) 수가디자인 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흔히 '남자들의 세계'로 인식되는 건축가들의 모임에서 역사적인 기록을 남긴 손 신임회장을 18일 만났다.

부산건축가회는 '진정한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건축가들이 모인 사회단체이다. 1957년 '한국건축작가협회'(이후 한국건축가협회로 개칭)가 창립된 지 5년 후인 1962년 8월 지역 건축가들의 노력으로 결성됐다.

자격증을 취득한 건축사들의 모임인 '건축사회'와는 다르다. 오로지 건축문화를 시민에게 알리고 봉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운영된다. 주로 건축사와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부산지역 회원은 200명을 조금 넘는다.

부산건축가회는 1년 내내 시민과 청소년들에게 건축문화를 알리고, 건축학도와 신인 건축가들을 격려하는 활동을 벌인다. 대표적으로 ▷한중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모하는 부산국제건축대전 운영 ▷젊은 건축가를 위한 한중일 워크숍 개최 ▷지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청소년건축상상마당 ▷부산건축상 운영 등이 있다.

요즘 대학 건축학과에 여학생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현장에서 여성 건축가는 소수이다. 남성 회원이 다수인 건축가들의 모임에서 어떻게 여성 회장이 나올 수 있었을까. 여성들의 꼼꼼한 일처리야 사회 곳곳에서 정평이 났지만, 사회단체에서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는 건 여전히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짠'하고 갑자기 나타나서 회장으로 선출된 건 아닙니다. 그동안 부산국제건축대전, 청소년건축상상마당 등 부산건축가회의 각종 사업에서 위원으로 활동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특히 2010년 부산에서 열린 대한민국건축문화제 전시로 장관상을 받았어요. 지역의 원로 회원은 물론 본회에도 이름을 알린 계기가 됐습니다."

이 같은 열정과 경험을 인정받아 손 회장은 지난해 예비 회장 격인 '수석부회장'으로 추대됐다. 회장 취임에 앞서 기존 회장과 1년간 활동하며 인수인계를 받는 직책이다. 손 회장은 오는 25일 열리는 부산건축가회 총회에서 공식 취임한다.

수학과 미술을 좋아했던 손 회장은 건축가 오빠를 둔 친구의 조언으로 1984년 부산대 건축공학과에 입학했다. 당시 동기 60명 중 여학생은 6명. 한 교수는 "여학생이 10%나 들어오다니 큰일이 났다"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고 한다. 졸업 후 건축 현장에서도 일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처음 현장에 나간 날 인부들이 "아침부터 재수 없게 여자가 왔다"고 난리가 났다고 한다. 구청에 협의를 하러 가면 "경리 말고 건축기사가 오라"는 말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이제는 웃으며 들려 줄 수 있다.

약 30년간 유리천장을 깨부수고 전진한 그는 이제 각종 건축상을 수상하는 등 실력 있는 건축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2011년 부산다운건축상 대상을 받은 '아미산 전망대'는 가장 기억에 남는 건축물 중 하나이다. 또 동료 건축사들의 선택을 받은 '건축사회관' 설계도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손 회장은 올해부터 2년간의 임기 동안 두 가지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회원들과 함께 부산시의 도시재생 사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 시와 업무협약(MOU) 체결 등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내년에 국제건축가연맹(UIA)이 개최하는 세계건축대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일부 행사를 부산에서 개최한다든지 심포지엄을 연다든지 등의 방식으로 부산건축가회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본회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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