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과학기술 경쟁력 제고 목적
- 민·관 자원 효율적으로 배분
- 서 시장 'TNT2030' 보완 등
- 부산의 미래기획 제대로 수립

"부산은 선박 조선 해양플랜트 에너지 등 하드웨어 분야 연구개발(R&D) 기반은 갖췄지만 도시형 R&D 시스템은 다소 약합니다. 의료 바이오 관광 문화콘텐츠 등 좀 더 도시에 걸맞는 R&D 시스템을 보강할 필요가 있습니다."

23일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BISTEP)이 해운대구 센텀시티 센텀사이언스파크에 개원했다. 민철구(60) 초대원장은 단기적으로는 부산의 R&D 포트폴리오를 '도시'에 걸맞은 방향으로 새롭게 짜고, 장기적으로는 일자리의 질과 양을 동시에 높이겠다고 말했다.

BISTEP은 서병수 부산시장의 공약인 'TNT 2030' 계획의 하나로 부산에 적합한 과학기술 혁신역량을 강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부산은 그동안 제2의 도시라는 위상에 맞지 않게 과학기술 경쟁력이 다른 시·도에 비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전문가로 이루어진 R&D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고 이번에 BISTEP이 개설된 것이다.

민 원장은 "부산의 인구는 전국의 약 7%를 차지한다. 그런데 부산은 국책 R&D 사업비 총액의 2.8%밖에 가져오지 못했다. '자기 밥도 못 찾아 먹은' 셈이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 경쟁력이 16개 광역시·도 중 12, 13위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민 원장은 가장 먼저 "부산의 미래 기획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TNT 2030에 부산의 미래 설계가 잘 담겨 있지만, 과연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계획인지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볼 계획이다. 부족한 점이 있으면 내년에 좀 더 수정·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BISTEP은 앞으로 부산테크노파크와 같은 공공기관, 대학, 기업 연구소 등 지역 R&D 자원을 총체적으로 파악해 효율적으로 이를 배분을 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R&D는 돈을 쓰는 일입니다. 돈을 쓰는 데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부산이 발전하려면 어떤 분야에 돈을 써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산학연 협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밀하게 대안을 짜서 시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민 원장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 달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R&D 투자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눈에 띄게 많은 인력을 채용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졸자가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일자리는 지금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자리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요. R&D 투자를 통해 창출된 일자리는 튼튼하고 발전 가능성이 크며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기업이 뽑는 직원 대부분이 R&D 관련 인력이 될 것입니다. 시민이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민 원장은 최고의 인재들을 뽑아 BISTEP을 구성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비수도권'이라는 지리적 한계 탓에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국내 정상급 연구자를 대상으로 프로젝트 매니저(PD)를 선임하고 있지만 선뜻 나서는 인재가 없다는 것이다. 민 원장은 "의미는 있는 일이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안 되겠다고 거절한 사람이 여럿 있었다. 일반 직원 채용도 지원자는 많지만 막상 BISTEP이 원하는 조건을 갖춘 사람은 적은 편"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민 원장은 1955년생이며 서울 경복고를 나와 서울대 공대에서 학·석·박사를 모두 마쳤다. 1981년부터 25년간 정부정책 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기술혁신·인력정책·지역혁신 등의 연구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