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스포츠외교재단 초청받아

- 각국 은퇴 선수 18명과 교육

- 스포츠경영학 등 배워 진로모색

- 갑작스러운 가족 부고에도 열의

- 고국서 꿈나무 육성 위해 노력

"올림픽 선수 시절에는 몰랐던 스포츠 관련 지식과 언어, 컴퓨터 등 다양한 기술을 배울 수 있어서 꿈을 찾아가는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고국(나이지리아)에 돌아가면 한국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해 제가 운영하는 스포츠 재단을 질적으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지난달 31일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 국제관에서 만난 나이지리아 출신 스프린터 오군코야 션(38)은 "한국에서 연수받을 기회를 잡아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은퇴한 스포츠 선수에게 이런 재교육 프로그램은 앞으로의 인생을 설계할 때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션은 (재)국제스포츠외교재단(이사장 문대성·iSR)과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의 초청으로 한국에서 1년간 외국어 등 은퇴 후 사회적응과 진로 모색을 돕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을 방문했다. 그는 중국, 미얀마, 라트비아 등 9개국에서 온 18명의 은퇴 선수와 함께 지난 6월 29일부터 동아대 석당 글로벌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국 방문은 처음인데 부산 사람이 친절하고 도시가 잘 정돈된 느낌을 받았어요. 그동안 박물관과 바다, 유엔기념공원 등 명소를 둘러봤는데 부산의 역동성과 빠르게 발전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선수 시절에 단기 연수는 경험해봤지만 1년간 장기적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iSR과 동아대가 생활비와 교육비 등 모든 비용을 지원해주는 것은 물론 연수 종료 후에는 인턴십도 제공한다고 해서 저를 포함한 참가자 모두에게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참가자들은 각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로부터 추천을 받아 이번 'iSR 아카데미'에 참여했다. 이들은 아시아경기, 세계선수권대회 메달리스트와 올림픽 또는 이에 준하는 세계대회 출전 경험이 있는 은퇴 선수들이다. 아카데미에서 스포츠사회학·경영학·마케팅·외교학 등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어학 및 컴퓨터 강좌와 특강, 현장체험 등 꽉 찬 일정에 지칠 만도 하지만 국제대회 출신 선수들 특유의 강인한 정신력과 집중력으로 강행군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션은 참가 선수 중에서도 가장 성실한 학생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달 연수 도중 친누나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들었지만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과정을 마치기로 한 사연은 행사 관계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수업을 들을수록 더 다양한 지식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스포츠 매니지먼트 강의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선수들이 거대 스포츠 기업과 어떻게 유대관계를 맺고 스폰서십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배웠는데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앞으로 제가 스포츠행정가가 된다면 기업과 상생하기 위해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션은 복서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12살 때부터 육상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 아프리카 선수권에서 100m 금메달을 획득한 그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한 이력이 있다. 1998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선수 2위를 차지했다.

그에게도 선수로서 시련은 있었다. 가장 기록이 좋은 때였던 2000년 무렵 부모가 사고로 사망하고 경기 중에 부상을 당하는 불운이 잇따랐다. 2011년 선수 생활을 은퇴한 그는 나이지리아 온도 주(Ondo state)에서 육상 인재들을 교육하는 스포츠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번 연수를 통해 배운 지식을 재단 운영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제가 운영하는 재단에선 나이지리아 기업체의 후원을 받아 육상 꿈나무들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선 저를 롤모델로 삼고 육상 선수를 꿈꾸는 어린 학생이 많지만 재정·교육적 여건이 좋지 않아 힘들게 선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배운 스포츠 지식을 어린 스프린터를 체계적, 과학적으로 훈련하고 관리하는 데 적용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