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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숙 이사장이 민족과여성역사관 전시실에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
- 광복70돌 맞아 시민공원에 추진
- 피해 고통 공감·반전운동 일환
- 부산시민 대상 건립 모금 활동
- 日 폭력성 등 근원적 연구 절실
(사)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 김문숙 이사장은 우리 나이로 89세 고령임에도 매일 오전 10시면 부산 수영구의 민족과여성역사관(위안부역사관)에 출근해 오후 5시 전후로 퇴근한다. 그는 2004년 사비 1억 원을 털어 부산 유일의 위안부역사관을 열었다. 지난달 29일 역사관을 방문했을 때도, 그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 학생들이 거의 매일 견학을 오는데 직접 식민역사에 대해 강의도 한다.
"지금은 일본이 두 번 다시 전쟁을 못하도록 막아야 해요. 내가 하는 일도 그런 의미에서 평화운동입니다. 위안부 소녀상을 건립하는 것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추모하는 의미도 있지만, 후손들이 지나간 역사와 전쟁의 아픔을 잊지 말라는 반전의 메시지입니다." 그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이어졌다.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는 올해 광복 70주년에 맞춰 부산시민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기로 하고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모금하고 있다. 이번 모금의 목표 금액은 총 2억1000만 원이다. 소녀상 건립에 1억 원, 디지털역사관 제작에 1억1000만 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이미 서울 수원 화성 거제 등지에 총 10개의 소녀상이 설치돼 있어요. 그런데 제가 만난 위안부 할머니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었는데 이들 소녀상 얼굴은 어리고 행복해 보여서 어쩐지 안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부산 소녀상 제작을 맡은 작가분께는 표정이 너무 밝지 않게,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이 전해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1986년 성·가정폭력 상담센터인 '부산여성의전화'를 설립한 것을 계기로 여성 인권보호운동에 뛰어들었다. 그가 위안부에 관심을 둔 것은 1991년. 위안부 문제를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1924~1997)를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그는 정신대 신고전화를 설치해 부산 인근에 사는 위안부 할머니를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귀분 할머니를 비롯해 부산에 사는 7명의 위안부 피해자를 찾아냈다.
"우리가 위안부 할머니 접수를 하겠다고 알렸을 때 누구도 자신이 피해자라고 신고하진 않았어요. 친척이나 이웃이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식으로 운을 떼서 찾게 됐죠. 처음에 할머니들을 만났을 때는 친척들에게 돈도 다 뺏기고 골방 같은 데서 어렵게 사는 분도 계셨어요. 주위에서 알까 봐 숨어지내는 분들이었어요."
당시 만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는 일본의 각종 문헌자료를 통해 위안소 제도의 실태를 분석하고, 일본 중국 필리핀 등지를 누비며 피해자들의 증언을 수집했다. 김 이사장은 이순덕 할머니 등 1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냈던 '시모노세키 재판'을 도왔다. 그는 1992년부터 6년간의 재판 기록을 모아 '관부 재판의 기록'이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재판은 석 달에 한 번, 6년 동안 총 23번 열렸고 제가 직접 통역을 맡았습니다. 우리 정부는 관심도 없어서 재판 때마다 사비를 털어 할머니 10명을 일본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당시 70세가 넘는 분들이었지만, 법정에서는 어떻게 끌려갔는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재판이 이어지면서 일본 내에서도 위안부 존재가 알려졌어요. 힘겨운 싸움 끝에 1998년 일본 법원은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의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김 이사장은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일본 식민주의, 폭력성, 전쟁 등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연구와 반전 운동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재판하러 다녔던 할머니 중에서 현재 부산에는 이막달(93) 할머니 한 분이 살아계시고 전국적으로 생존 피해자들은 48명이 남았어요. 일본은 아베 내각이 수립된 후 위안부를 부정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우리 정부의 무능으로 위안부에 대한 인식이 1990년대 초반으로 후퇴한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식민시대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고 우리 후손이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길 바랍니다." 모금 계좌번호는 부산은행 101-2017-9117-06(예금주 (사)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