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풀뿌리 민주주의 노력 불구
- 의회 폐지설 등 위상 흔들
- 정당공천제 폐지 등 추진

- 지역구 6선 동래구'큰 형님'
- 2898명 의원 대표 책임감

"대한민국의 정치인 가운데 국민 실생활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늘 함께 호흡하며 생활정치를 실현하는 것이 바로 우리 기초의회 의원들입니다. 그러나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갖은 노력에도 여전히 그 위상은 미흡하고 자주 흔들리기까지 합니다. 국민 삶의 질 향상과 국가 발전의 초석이 되기 위해 기초의회가 바로 설 수 있도록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부산지역 기초의원 가운데 최초로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회장에 선출된 새누리당 소속의 천만호(61) 부산 동래구의회 의장 겸 부산시구군의장협의회 회장.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열린 전국 15개 광역시도 시·군·구의회 대표단 회의에서 제7대 회장에 선출된 데 대한 소감을 '무거운 책임감'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전국 226개 시군구의회 2898명의 의원을 대표하는 자리인 데다 수시로 청와대는 물론 각 정부 부처 장관, 여야 정치인들과도 만날 수 있어 기초의원으로서는 적잖이 기쁠 수도 있건만 천 의장은 손사래부터 친다.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24년, 단체장까지 포함해 본격적인 민선지방자치가 전면 시행된 지 올해로 20년을 맞았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많이 정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제도적 한계에 묶여 완전한 지방자치가 이뤄지지 못하고 기초의회는 더욱더 열악한 것이 현실인데 어찌 기뻐하고만 있겠습니까."

천 회장이 이렇게 반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단순한 전국의장협의회 회장이 아니라 동래구의회에서만 2대 때부터 7대까지 내리 6선을 한, 전국 최다선 의원이자 기초의원들의 '큰 형님', 기초의회 부침의 산 증인으로서 어깨가 무겁기 때문이다. 천 의장은 "지난해 말 터져 나온 '기초의회 폐지설' 등은 지방화와 분권화라는 시대적 조류를 거스른 중앙집권적 발상의 산물이었다.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들고 기초의원들의 사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일단은 전국 동료 기초의원이 단결해서 무산시키기는 했지만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일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우선 우리 기초의회를 반석 위에 올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가 추진할 예정인 제도적 개선점은 많지만 그중에 핵심적으로 꼽는 것은 ▷기초지방선거 정당 공천제 폐지 ▷지방의회 사무직원 독립적 인사권 확보 ▷현재 시군구별 인구 비례 등에 의해 차등 지급되는 의정비의 일원화 등 세 가지다.

천 회장은 "생활정치 최일선의 기초의원들이 민의를 대변하고 각 기초자치단체의 집행부에 대해 효율적으로 견제와 감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특정 정파와 중앙정치권의 예속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안정된 기반을 다져야만 한다"며 "월 1회씩 갖는 국회의장 및 중앙정부부처와의 간담회를 통해 줄기차게 이에 대한 제도적 틀 마련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기초의회와 집행부의 소통 강화 방안, 중앙정치권 및 중앙 부처와의 소통 확대책 등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의장협의회는 지방자치법 제165조에 따라 중앙과 지역 간 화합을 이루고, 상호 협력을 증진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매달 1회 월례회를 개최해 지역 간 공동 관심사 등을 협의·조정하고 있다. 회장 임기는 2년이었으나 천 회장이 이번에 새로 취임하면서 임기를 1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천 회장은 1954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부산으로 이주해 가야고와 부산외대를 졸업했다. 그는 개인사업을 하다가 1995년 동래구의회 제2대 의원으로 풀뿌리 민의의 전당에 입성했다. 내리 6선을 하는 동안 현장 중심의 행정 서비스 제공을 위한 발로 뛰는 기초의회를 추구해온 그는 제6대 전·후반기 동래구의회 의장을 역임했고 제7대 전반기에도 의장을 맡아 3선을 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부산시구군의회의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