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진=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 2013년 말부터 야학서 청강
- 6개월만에 중학 검정 합격
- 1년 후 고교 과정도 무사통과
- 수학·한국사 성적 가장 좋아
- 공부 힘들었던 영어 최저점
- 수영 등 새로운 일 더 하고파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가족의 격려가 큰 힘이 됐어요. 큰딸(45)이 사이버 대학교에 다녀보라고 권했지만 어떤 것을 공부해야 할지 몰라 천천히 생각해 볼 계획입니다. 60대에 시험을 통과했다면 사회복지를 공부했을 겁니다."
지난 12일 부산시교육청에서 만난 고졸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 손정자(여·71·부산 동구 수정동) 씨가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일본에서 태어난 손 씨는 해방을 맞던 세 살 때 가족과 부산에 왔다. 국제시장 가톨릭센터 맞은편에 살다가 인근 보수동과 남천동에서 30년 가까이 살았다. 2년 전 수정동으로 이사했다.
손 씨는 어린 시절 가정형편이 안 좋아 다니던 중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젊은 시절에도 몇 번인가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고 했지만 살아가기에 바빠 실천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3년 기초자치단체가 발행한 신문에서 야학 관련 기사를 보고 다시 관심을 가졌다. 때마침 노인복지관에 봉사하러 다니면서 알게 된 봉사자가 야학에 다니며 중고교 검정고시에 통과했다는 말을 듣고 도전했다. 뒤늦게 공부하는 게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러웠다는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는 그냥 영어 배우러 다닌다고만 말해 이번에 검정고시를 통과한 사실은 가족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손 씨는 2013년 말부터 동구청 뒤편에 있는 '참사랑 야학'에서 주중 오후 7시20분부터 3시간씩 수업을 들었다. 야학 교사는 대부분 대학생 자원봉사자로 큰 손녀(대학교 3학년) 나이였다. 처음엔 쑥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감정은 없어졌다. 야학에서는 검정고시 시험 과목인 중학교 과정 과목(수학 영어 국어 과학 사회 선택과목1)과 고등학교 과정 과목(수학 영어 국어 사회 과학 한국사 선택과목1)을 배웠다. 배우는 양이 많았지만 배우는 즐거움에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중학교 과정은 6개월 동안 듣고 지난해 4월 중학교 졸업 검정시험을 한 번에 통과했다. 이어서 시작한 고등학교 과정도 1년 만에 합격했다. 시험 후 답과 맞춰보니 평균 70점대로 합격선을 넉넉히 넘었다. 특히 수학과 한국사 점수가 잘 나왔다. 손 씨는 "공부한 지 50년이 더 지났는데 수학을 70점 받은 게 신기했다. 올해 검정고시부터 과목이 한 과목 줄어 지난해보다 부담이 준 것도 한 번에 합격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저점을 맞은 영어는 알파벳 정도 읽을 수는 있었지만 공부하기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외손자가 보고 배울 수 있는 모범이 되고 싶었다는 손 씨는"나이가 들어 공부하니 암기가 안 돼 배운 것을 자꾸 반복했다. 나이 든 할머니도 할 수 있는데, 어린 학생은 머리만 믿고 노력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등산과 서예는 꾸준히 해왔고 앞으로 수영과 마음공부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어려서부터 단체 활동은 활발하게 참여하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기적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에 노인복지관에 찾아가 치매 노인을 돌보는 활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봉사활동으로 도움과 함께 마음을 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웃고 마음을 표현해야 서로 마음을 열고 진정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