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선박, 비행기만큼 기술 집약
- 중소업체 인력·시설 등 지원
- 사업 다각화로 불황 극복을

"비행기에 비해 선박은 기술력이 떨어지는 분야라고 생각하시죠? 많이들 오해하십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닙니다. 1만8000TEU급 선박은 컨테이너를 1만8000개나 실은 배입니다. 이런 거대한 선박이 거센 파도를 뚫고 선속 25노트로 운항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에 위치한 중소조선연구원에서 만난 김성환(60) 신임 원장은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선박에 대한 일반인의 편견부터 짚었다. 수압이라는 물리적인 특성, 파도와 조류 등 열악한 환경을 이기고 운항해야 하는 선박은 어떤 분야보다 뛰어난 기술력이 집약돼 있다고 한다.

중소조선연구원은 이 같은 선박을 제조하는 조선해양 관련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지원, 시험평가 지원, 인력양성, 기술이전 사업화 지원 등을 수행하는 전문생산기술연구소이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해양산업의 정책연구 및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등 정부와 함께 중소기업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 김 원장은 지난달 9일 중소조선연구원 제7대 원장으로 부임했다.

시민에게는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중소조선연구원은 중소형 조선업체에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지난 3월에는 전남 영암에 4년간의 준비를 거쳐 '서남권 해양레저장비생산지원동'을 구축했다.

김 원장은 "전남 해안 지역에는 해양레저 장비 생산업체가 몰려 있습니다. 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워터젯 절단시스템과 부품진동시험기, 5축 가공기 등 50여 종의 연구생산 지원장비를 설치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조선산업은 세계 1위이지만 아직 중소조선업은 시설과 기술 부족,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대형 조선업체와의 격차를 줄이는 데에 우리 연구원이 앞장 서야지요."

김 원장은 세계 조선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중소형 조선업체에 기술경쟁력 확보와 사업 다각화를 조언했다. "중국의 저가수주 공세와 엔화 약세로 더는 가격경쟁력에 의존한 수주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소형 조선업체는 고부가가치 특수선인 해양플랜트 지원선, 그린 첨단어선, 해양레저선박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연구원도 정부의 각종 연구개발 사업과 연계해 관련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김 원장은 지식기반 조선산업의 최적지인 부산에서 연구원이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부산은 조선소, 조선기자재업체가 몰려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선급, 대학, 연구소, 설계엔지니어링업체 등이 밀집해 있다. 향후 부산은 기존 제조업 기반 조선산업에서 북유럽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지식기반 조선해양 엔지니어링 산업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연구원이 다양한 기관을 잇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또 연구원이 국내외 조선해양 관련 기술을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우리나라 조선해양 관련 정책개발 및 연구기획의 싱크탱크(Think Tank)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부산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해사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시작해 (주)극동선박설계 부설연구소장, (주)한국해사기술 상무이사,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겸임교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전문연구원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