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수도권보다 정책활용 떨어져
- 하루 30분 지원내용 검색 권유
- 한중 FTA 기술개발 지원
- 지역대학과 연계 中시장 개척
- 선박수리업 고부가가치화 추진

"중소기업청은 단속이나 규제를 하기보다 중소기업에 정책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청입니다. 언제든지 편하게 찾아와서 상담하시고, 방문이 어려우면 저희가 직접 찾아가겠습니다."

10일 부산 강서구 녹산산단 부산울산중소기업청에서 만난 김진형(56) 신임 청장은 수도권 외 지역에서 근무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김 청장은 2008년 중소기업청 현장애로대책단 부단장으로 재직하며 본청에서 기획한 정책이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을 보고 현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에 지역 기업의 현실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기 위해 부산청 근무를 희망했고 지난달 초 신임 부울중기청장으로 취임했다.

실제로 본 부산 기업의 현실은 어떨까. 김 청장은 지역 중기가 서울·수도권 중기에 비해 정책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며 안타까워했다. "부산 기업인들은 아직 관공서 문턱을 너무 높게 보는 것 같습니다. 서울이나 수도권 기업인들이 하나라도 더 지원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정책을 찾아보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아무래도 영세한 기업이 많다보니 현업에 바빠 정부 정책을 꼼꼼히 살펴보지 못하는 탓이겠죠."

김 청장은 기업인들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하루 30분 정도는 중기 지원정책을 살펴보는 데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중기 지원정책이 쏟아졌기에 이제는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정책 활용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과 관련해 무엇이든 궁금한 점이나 애로사항이 생기면 전문상담을 받을 수 있는 콜센터 '1357'로 전화를 하십시오. 1357에는 항상 전문 상담사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김 청장은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발효가 지역 중기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중국 로컬기업과의 과열경쟁에는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중기청은 지역 중기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R&D(연구개발)를 지원하고 컨설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부울중기청은 한중 FTA에 대비하는 본청 정책과는 별개로 지역대학과 연계해 중기의 중국 판로개척을 지원할 방침이다. "부산지역에 중국인 유학생이 3300여 명이나 됩니다. 모두 미래 부산 기업의 든든한 파트너입니다. 동명대·동아대 등의 중국인 유학생이 지역 중기에서 아르바이트할 수 있도록 도와 이들이 통·번역이나 바이어 상담활동을 수행하는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중국 현지에서 단기 마케팅도 진행할 수 있겠지요." 유학생들의 아르바이트가 단기적으로도 지역 중기에 도움이 되겠지만, 부산 기업에 좋은 인상을 가진 중국인 유학생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향후 중국과 부산 기업의 가교 역할을 훌륭히 해낼 것이라는 장기적인 목적도 있다.

김 청장은 해양도시 부산의 특화산업인 선박수리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수리부품 이력관리시스템' 구축에도 애를 쓰고 있다. 이미 지난 4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동남본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관련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김 청장은 "세계 선박수리시장은 약 200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부산지역 선박수리업체는 대부분 영세해 수익성 개선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력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부품의 공급과 관리의 효율성을 개선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 청장은 1959년생으로 서울 경동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경제학과에서 학·석사, 미국 와시번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행정고시(31회)로 공직에 입문해 경제기획원 행정예산담당관실, 중소기업청 기술지도과장, 국제협력담당관, 경기중소기업청장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