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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人] 31년 판사 생활 마감 박흥대 부산고등법원장

"법관들 자신의 결론 끝까지 의심해보는 자세 필요"

  • 국제신문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  입력 : 2015-02-01 19:49:55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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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부산고법 관내서만 28년 근무
- '연구법원' 전국적 명성 주도

- 지역법관제 폐지는 중앙 시각
- 판사는 인문학적 소양 갖춰야

- 큰 사건 수임 서울유출 '씁쓸'

박흥대(61·사법연수원 11기) 부산고등법원장이 31년간 입었던 법복을 벗는다. 엄격한 원칙주의자이면서 공부하는 법관으로 알려진 박 법원장은 부산에서만 26년 동안 법관 생활을 해 '지역 법관'의 상징적 존재다. 부산 대표 법관인 셈이다.

박 법원장은 1일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부산법원에서 법관 생활 대부분을 보내면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부산법원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부족하지만 믿고 따라준 법관과 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그는 "법관은 항상 몸가짐에 신중하고 주변의 평가를 의식해야 한다"며 "후배 법관들이 딱딱하고 차가운 법률에만 얽매이지 말고 인문학적 소양도 갖추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법원장은 1984년 판사로 임관한 이후 광주와 제주에서 근무한 것을 제외하고는 28년을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서 근무했다. 특히 이 가운데 부산에서만 26년 법관생활을 하면서 부산동부지원장과 부산가정법원장, 부산지방법원장을 거쳐 2013년부터 부산고등법원장을 맡아 '부산 법원'을 이끌었다. 그는 '황제 노역' 파문으로 폐지된 '지역 법관제'에 대한 소신이 뚜렷했다. 그는 "(지역 법관 폐지는) 잘못된 판단이다. 법관 개인의 문제에서 발생한 일을 제도의 문제로 치부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평가한 뒤 "서울지역 법관들도 '지역 법관'이지만 그쪽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지역 법관'을 운운하지 않는다. '지역 법관' 제도 폐지는 중앙의 시각에서 지역을 바라본 잘못된 결정"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지역 법관은 지역의 문화와 정서, 정체성 등을 공유하면서 지역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다. 동시에 지역사회의 평가 대상도 되므로 훨씬 몸가짐에 조심한다"며 "부산 법관은 외부에서 온 법관에게 모범이 되고 항상 공부하는 자세를 보이며 마라톤의 페이스메이커 같은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박 법원장은 부산 법원만의 문화를 정립하기 위해 '연구하는 법원, 공부하는 법관'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법원행정을 펼쳤다. 그는 지역 대표 법학 연구모임인 '부산판례연구회'의 회장을 맡으면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끊임없이 연구하는 학구파로 평가된다. 특히 박 법원장의 주도 아래 부산 법원에서는 법관은 물론 직원들도 연구회가 있을 정도여서 전국 법관 사이에서 부산 법원이 '연구 법원'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다.

박 법원장은 변호사 생활에 대한 포부도 피력했다. 그는 "지역의 비중 있는 사건들은 대부분 서울지역 변호사들이 수임하고 있는데, 지역 자본이 서울로 유출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재야에 가면 지역 기업의 상속·승계·회계 등에 대해 법률 자문을 하는 특화, 전문화한 새로운 변호사(로펌) 모델을 구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박 법원장은 퇴임 이후 중견 로펌에서 첫 변호사 생활을 시작할 예정이다.
경남 창원 출신인 박 법원장은 경남공고와 부산대 법대를 거쳐 사법시험(21회)에 합격했다. 그는 민사 형사 행정 등 주요 법 이론과 재판 실무에 정통하고, 외부 전문가를 초빙한 법정모니터링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재판 지원에 노력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형사재판장 시절에는 전국에서 무죄 선고를 가장 많이 내린 법관으로 유명했던 박 법원장은 "돌이켜 보면 법관 시절 머릿속에 (사건에 대한 판결 등) 결론을 내린 다음 추가로 올라오는 기록이나 상황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있지 않았을까 걱정한다"며 "특히 법정구속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될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 법관은 소신이 있되 자신의 결론에 대해 끝까지 의심하는 자세로 재판에 임해야 한다는 점을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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