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하면서 배우는 제도 안착
- 능력중심의 시대 앞당길 것

- 지역산업 맞춤형 인력양산
- 부산서 롤모델 발굴해 확산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1982년 설립 후 각종 기술·전문자격시험 주관기관으로 기능해 오던 인력공단이 현 정부 들어 국정과제 수행기관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본사를 울산으로 옮겼고, 조직의 역할이 커지면서 올해 처음으로 예산이 1조 원을 넘어섰다. 이런 격변의 시기에 새로운 수장으로 지난 12일 취임한 한국산업인력공단 박영범(58) 이사장을 부산 북구 금곡동 인력공단 부산지사에서 28일 만났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일·학습병행제는 능력중심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핵심제도입니다. 이 제도의 안착과 지속적인 직업교육훈련의 개혁을 통해 우리나라도 스위스처럼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사회에 진출해 성공할 수 있는 나라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울 출신인 박 이사장은 국정과제이자 인력공단의 올해 핵심사업인 일·학습병행제에 대해 부드러운 어조로 조목조목 설명했다. "아직도 많은 학생이 명확한 목표설정 없이 시험성적만으로 학과를 선택해 아까운 청춘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공부를 끝내고 직업을 구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일하면서 배우는 '선 취업, 후 진학'의 시대입니다."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직을 휴직하고 있지만 요즘도 '강의 잘하는 교수'를 꿈꾼다는 박 이사장은 '그래도 현실은 진학을 더 선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데이터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2008년 83.8%를 정점으로 최근 71%까지 낮아졌고 올해 서울지역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 결과 취업 희망자 특별전형 경쟁률이 1.92 대 1을 기록했다"며 "이제 특성화고를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일반계고를 가고 있으며, 이는 진로 결정에서 대학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는 학부모와 학생이 점점 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1986년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연구원 생활을 포함해 28년을 학자로서 정책대안을 꾸준히 제시해 왔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고용허가제를 고안했고, 과정형 자격제도와 청년 해외취업 프로젝트인 'K-MOVE' 등도 박 이사장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박 이사장은 부산지역 사업 계획도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곳이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이라며 "동남권 지역에 올해 980억 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람과 기술, 문화로 융성하는 부산'이라는 슬로건도 인력공단의 사업목적과 매우 일치한다"며 "일·학습병행제와 지역산업 맞춤형 인력양성사업의 성공적인 롤모델을 부산에서 발굴해 전국으로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부터 1300개 기업을 발굴해 일·학습병행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지역별 기업 인력 수요를 반영한 산업계 주도의 다양한 인력양성체계를 통해 실업자 등 4만 명을 대상으로 직업훈련을 지원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고용률 70% 달성을 뒷받침하는 인력공단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