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교사·의사 아동학대 발견 후
- 미신고땐 과태료 처분은 마땅
- '아이는 부모 것' 인식 바꿔야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모두 있는 가족사랑의 달이다. 평소 잘 가꾸고 귀하게 여겨야 하는 가정이지만, 항상 곁에 있으니 소중함을 쉽게 잊을 수도 있어 기념일을 만들어 두는 것이다. 이렇게 가족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동의 권리이지만 어떤 아이들은 어린이날은커녕 가장 기본적인 생활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누릴 수 없다. 가장 포근해야 할 부모의 품이 두렵고 불안한, 학대받는 아이들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 김춘희(40) 관장을 만나 아동학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관장은 "아동학대 관련법에 따라 신고의무자가 신고 의무를 불이행했을 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잘된 일이다"라며 이야기를 풀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24시간 어린이집 원장이 150만 원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이의 보호자가 잠적해 연락이 되지 않는데도 5개월 간 이를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과태료 처분을 한 것은 전국에서 부산이 처음이었다.

그는 "이 사건 이후로 교사들이 아동학대를 신고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모와의 관계 등이 부담스러워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과 함께 아동학대를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얘기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는 직업상 아이들을 지척에서 오랜 시간 함께 대하는 24개 직군이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교사, 어린이집 교사, 아동복지 시설담당자, 의료인, 소방구급대원 등 아이들의 신체적 학대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발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올해부터는 아이돌보미도 신고의무 대상에 추가됐다.

김 관장에게 가정 내에서 훈육 방법으로 체벌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지, 옳은 방법인지 물었다. 이 질문에 "체벌은 학대다. 훈육의 목적으로 폭력을 사용한다는 것은 효과가 없고 옳은 일도 아니다"라고 그는 잘라 말했다. 이어 "아이가 어떤 잘못을 했다면 그에 대한 벌은 줄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아이와 어떤 방식으로 벌을 받을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 아이가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못 보게 한다든가, 혹은 손을 들고 벌서게 하는 식으로 미리 정해두는 것이다. 여기서도 아이의 연령에 맞는 벌을 주어야지 다섯 살 아동에게 1시간 동안 손을 들고 서 있게 한다면 이것도 학대라고 지적했다.

김 관장은 "한국적 정서에서는 아이를 때려 가르치는 것에 대해 관대하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아이의 몸에 체벌로 인한 상처가 나고 그것을 교사가 알아챘다면 바로 경찰에 신고한다"고 소개했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도 부모가 때린 사실만 확인되면 바로 처벌받고 아이는 부모로부터 분리된다는 것이다. 그는 "때렸다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왜 때렸는지, 때릴만했다는 등 변명을 들어주고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선진국에서는 때리기만 하면 바로 학대로 본다"며 우리 기준이 너무 느슨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동학대는 범죄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았으면 한다. 현재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은 5년 이상이나 무기징역의 처벌을 받는다"면서 "아이는 부모의 소유가 아니다.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부터 바뀌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