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신규직원 대부분이 부산 출신
- 이전 계기로 외연 확대 구상
- 등급분류체험 등 시민과 소통

"부산 센텀시티는 서울도, 부산도 아닌 그냥 센텀시티인 것 같아요. 문화콘텐츠 클러스터답게 세련되고 밝은 분위기가 좋습니다."

영상 관련 공공기관 중 가장 먼저 부산에 정착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박선이(52) 위원장은 여성 특유의 친화력으로 지역 사회에 빠르게 적응하는 분위기다. 5일 부산영상산업센터 영등위 사무실에서 박 위원장을 만나 지난 9월 부산 이전 이후 석 달간 지낸 소감과 활동 계획 등을 들어봤다.

"공공기관 이전이 결정되고 2011년부터 내부적으로 부산 이사를 차분히 준비했어요. 영상물 등급분류 신청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오알스 시스템' 구축이 대표적이지요. 하지만 부산 이전 비용 확보가 안 돼 시간이 걸렸지요. 부산으로 오자마자 국제영화등급분류포럼을 열고, 부산시교육청과 '영화 등급분류 체험 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 등 분주하게 시간을 보내며 많은 사람을 만난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어요."

그는 부산 이전으로 조직에 다소 변화가 있었지만, 곧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계약직을 포함 전체 직원 80여 명 중 10%가 그만뒀어요. 그래서 부산에서 14명을 신규 채용했는데, 이 중 12명이 부산 출신이에요. 또 등급분류 분야별 소위원회와 전문위원 34명 중 74%가 부산 거주자로 구성됐고요.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지역 인재 흡수에 성공한 것이죠. 일각에서는 지역 인재가 많아져 등급분류 결정이 더 보수화되거나 지역색을 띠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했는데 석 달간 진행해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그는 부산 이전을 계기로 기존 업무 외에 외연을 확대하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영등위는 영화, 영상물, 영화광고, 예고편 등의 등급분류와 해외공연 추천(청소년 유해 여부 판단) 등을 맡은 정부기관입니다. 올해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의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으로 논란이 됐던 것처럼 매번 영화계와 등급분류를 놓고 힘겨루기를 해야 해 규제기관처럼 비치지만, 실제 영등위가 등급분류를 맡으면서 영화 관련 규제가 없어져 한국영화 발전에 이바지한 측면도 있어요. 제한상영가 문제는 정부가 예술영화전용관에서 함께 상영하는 방법을 찾고 있어 조만간 대안이 나올 것 같아요. 대신 부산으로 옮기면서 아시아 각국 등급분류 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한국의 선진 등급분류시스템을 알리려고 합니다. 지난 10월 국제영화등급분류포럼을 열었는데 상당히 반응이 좋아 이른 시일 안에 '아시아 등급분류 네트워크'를 만들 생각이에요."

박 위원장은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조선일보에서 28년간 근무하며 문화 전문기자로 이름을 알렸다. 2009년 영등위 부위원장으로 시작해 2011년부터 위원장을 맡고 있다.

"부산으로 옮기면서 '영화 등급분류 체험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극장 수준의 시설을 갖췄어요. 청소년, 시민, 교사 등 각계각층의 시민을 초청해 영화 등급분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려드리려고요. 이렇게 시민과 소통하며 영등위가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는 방법을 찾아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