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부산외대 대학팀 창단, 올해 중·고등부팀 만들 계획
- 심신 단련 위한 최고의 운동, 생활스포츠 자리매김에 최선

사진=김성효 기자

"아직도 복싱을 싸움하는 건달들의 운동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복싱은 이미 '국민 스포츠' 반열에 올랐습니다."

부산 복싱계의 수장인 부산복싱연맹 하준양(44) 회장은 복싱에 대한 시민들의 선입견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하 회장 본인 역시 예전에는 이 같은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보험회사 보상과에서 근무하던 하 회장은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손해사정 회사인 리더스손해사정(주)을 설립했고, 지금은 전국에 20개 지사를 거느린 우량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처럼 성공한 사업가인 하 회장은 예전에는 복싱과 전혀 인연이 없었다. 축구와 농구, 산악 자전거, 골프 등 종목을 가리지 않는 만능 스포츠맨인 그이지만 복싱을 접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던 중 사업 관계로 알게 된 지인의 소개로 부산복싱연맹 관계자들과 인연을 맺게 됐고, 2010년 연맹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자리를 이어받았다. 하 회장은 "복싱연맹 전무님과 체육관연합회 회장님이 3개월 동안 매일 회사로 출근하다시피 했다"면서 "복싱에 문외한이었고, 나이가 아직 젊어 고사하다가 결국 회장을 맡기로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복싱에 대해 전혀 몰랐던 하 회장은 회장 취임과 동시에 회사 근처 체육관에 등록해 복싱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여러 운동을 많이 해봤지만 복싱만큼 운동효과가 탁월한 종목은 처음이었다"며 "심신을 단련하기에 아주 좋은 운동"이라고 치켜세웠다.

하 회장은 체육관에서 운동만 한 것이 아니다.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복싱인들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그들을 도울 방법을 찾았다.

취임 후 하 회장의 공적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대학팀 창단이다. 이전까지 부산 지역에는 대학 복싱팀이 없었고, 복싱을 전공한 고등학생들은 다른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에 하 회장은 지난해 부산외대에 복싱팀을 창단했고, 부산의 고등학생 유망주들이 대거 입학했다.

하 회장은 올해 중등부와 고등부 팀을 각각 1개씩 더 창단한다는 계획이다. 하 회장은 "팀이 없어 고향을 떠나야 하는 유망주들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그들이 마음 편히 운동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시체육회 성기환 운영팀장은 "학교 운동부를 1개 만든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히 복싱 같은 비인기 종목은 더욱 힘들다"면서 "하 회장 취임 후 복싱계는 물론 부산시 체육계 전체에 큰 자극이 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하 회장은 복싱을 선수뿐 아니라 온 국민이 즐길 수 있는 생활스포츠로 발전시키겠다는 복안도 밝혔다. 그는 "해운대구 등 소위 '부자동네'에 위치한 체육관이 성황을 이루고 있는 점만 봐도 복싱이 이제 더는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복싱은 다이어트 효과는 물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왕따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어 국민 스포츠로써 손색이 없다"며 복싱 예찬론을 펼쳤다.

결혼 15년 만에 얻은 늦둥이 딸(2)에게도 복싱을 가르칠 것이라는 하준양 회장. 그는 "침체된 국내 복싱에 활력을 불어넣고, 과거의 영광을 찾을 수 있도록 조그만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