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복도로 '비상행동단' 조직, 사회적 기업과 영어 강습회
- 마을 카페 등 프로젝트 준비, 외국인도 찾는 공간 마련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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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부산 산복도로에는 '비행단'이 있다. 공군부대에 있는 '000비행단'이 아니다. 산복도로 마을에 사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자는 취지로 만든 '비상행동단'이다.
산복도로비행단을 이끄는 핵심 가운데 한 명은 환경단체인 생명그물의 구영기(55·사진) 대표다. 그는 "산복도로에는 노인정과 복지관 등 노인시설이 곳곳에 있고, 비교적 사정도 낫다. 문제는 청소년을 위한 시설이나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면서 "비행청소년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특히 소외된 산복도로의 청소년들은 사회가 앞장서서 품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산복도로에 사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작은 사업을 시작해 보자는 데서 비행단이 출발했다. 최근 산복도로 마을에서는 중학생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치는 강습회가 생겼다"며 "비행단에서 청소년 10명가량을 모아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생명그물이 만든 사회적기업인 '거위의 꿈' 여행사를 활용해 청소년들에게 보다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30년 가까이 환경활동가로 살아온 그는 지난해부터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에 몸을 던졌다. 부산 금정구 남산동에 살던 구 대표는 지난해 2월 동구 초량동으로 이사를 했다. 전북 남원에서 귀농학교를 하던 오랜 친구 변강훈 씨도 불렀다. 구 대표와 변 씨는 1년째 같은 다세대주택에 다른 방을 전세 내 살고 있다.
집까지 옮기며 산복도로 프로젝트에 매달리는 이유를 물었다. 구 대표는 "산복도로 활동가로 일하면서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었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에 가담했지만 자칫하면 주민들에게 이방인이나 점령군처럼 비칠 수 있겠다는 걱정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초량동 산복도로 마을로 이사간 뒤에는 그곳의 삶을 조금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사업이라는 게 정부나 관청이 주도하고, 민간은 따라가거나 아니면 구경하는 데 그쳤다. 실제 주역이 돼야 할 사람들은 소외됐던 것"이라며 "이번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은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고, 관청은 뒤로 한발 물러서 서포터 역할을 한다는 점이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마을카페를 열겠다는 생각이다. 산복도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수익을 거둬 마을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산복도로를 찾는 외국인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자는 아이디어도 갖고 있다.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산복도로에 머물면서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만남을 통해 서로의 문화와 생활을 이해하고, 이 과정에서 민박형태로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가 아니냐는 것이다.
구 대표는 "산복도로로 이사간 지 1년쯤 지나니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주민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도 스스로 일어서서 뭔가 해보자는 분위기가 싹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경계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산복도로 프로젝트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친다면 성과는커녕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부산시를 비롯해 현장 활동가와 주민들 모두 고민하고 풀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