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간 이어온 연대투쟁으로 해결돼야 할 이슈 공감대 확산
- 日 사죄 할 때까지 계속 할 것

수요시위 1000차. 눈·비에도 거르지 않고 20년을 이어온 비폭력 시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게다가 그 시작은 큰 지지도 환영도 받지 못했다. 시위가 시작됐던 1992년은 한국민 가운데서도 '위안부 끌려갔던 게 무슨 자랑인가. 수치를 모른다'며 비난하던 이가 적지 않던 시절이었다.

절규와 눈물로 이어오면서 어느덧 1000회를 맞은 지난주 수요시위는 전국적인 규모로 치러졌다. 부산에서도 46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꾸린 행사에 여고생들을 비롯한 일반 시민이 참여했다. 이날 부산집회를 주관한 부산여성단체연합의 유영란 대표는 이 같은 '세기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한국 사회의 저열한 인권 실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나는 위안부였다'라고 첫 증언한 것이 기나긴 투쟁의 시작이었죠. 공공연한 비밀을 외면해왔던 정부도 1992년 일본 총리 방한을 계기로 실무대책반을 만들어 피해자 현황 파악에 나섰는데요, 그때 등록한 분이 234명이었습니다. 실제로는 몇 배는 더 되겠죠. 그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계신 분은 63명입니다. 지난해 한 분이 돌아가시면서 부산에는 3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시민사회단체의 오랜 연대투쟁이 이끌어낸 성과는 무엇일까.

"피해자에게 생계급여, 의료급여, 생활안정지원금, 임대주택 등을 지원하는 법이 제정됐습니다. 또 해외의 양심있는 지식인과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점점 큰 지지를 이끌어내 언젠가는 해결돼야 할 전 인류적인 이슈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다'는 건 어떤 상태를 뜻하는 걸까.

"예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그에 따른 배상, 그리고 일본 역사교과서에 명시할 것. 그러나 일본 정부의 태도로 봐서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8일 후지무라 오사무 일본 관방장관이 일본 대사관 앞 '위안부 평화비' 설치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데 이어 이번엔 철거까지 요청하며 압박해왔습니다. 지난 14일에는 일본의 전 군무원이 위안소 출입증까지 내놓으면서 양심선언을 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개입했다는 명백한 증거임에도 일본 측은 꿈쩍도 않습니다. 한국 정부가 지금껏 한 번도 확실한 역할을 해주지 않은 것이 상황을 이렇게까지 끌고 왔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수요시위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1998년 민간차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제의를 할머니들은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공식 사과는커녕 몇 푼 '적선'으로 때우겠다는 태도는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지요. 그러는 동안 공식적으로 파악된 숫자만 170여 명의 위안부 할머니가 사망했습니다.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실 때까지도 일본 정부는 사죄를 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2000차든 3000차든 시위는 계속될 것입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분들이 위로금을 거절한 마음, 그 마음을 아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