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텀의료재단 박종호 이사장(부산센텀병원장)이 손상 예방 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손상이란 가벼운 타박상이나 교통사고, 산업재해를 비롯해 지진·화재 등 대형 재난으로 인한 국가 인적자원 손실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입니다. 병원이 이미 손상을 입은 사람을 치료하는 곳이라면 손상 예방은 이를 방지하는 교육과 매뉴얼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이 때문에 소방 경찰 군 등 관은 물론 민간 기구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부산이 국제적인 안전도시로 자리매김하도록 민간 차원의 손상 예방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센텀의료재단 박종호(54) 이사장(부산센텀병원장)은 "오는 10월 대한손상예방협회가 부산에서 출범한다"며 그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협회 회장을 맡게 될 그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손상 예방을 목적으로 민간이 주도해 첫발을 내딛게 될 이 협회는 부산시 부산시교육청 부산경찰청과 부산지역 군부대 및 응급의료기관, 그리고 시민단체 등 30여 기관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제회의 개최 도시를 결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사안이 '안전'인 만큼 공공기관과 시민단체, 의료기관이 힘을 모아 시민들을 계도하고 재난에 대한 실질적인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이 협회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협회 출범의 뜻을 같이 하는 인사들과 함께 부산시가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 공인을 목표로 시행하고 있는 6개 분야 30개 손상 예방 프로그램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부산이 WHO 공인 안전도시가 되면 국제 콘퍼런스 및 메디컬 투어리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협회는 호텔 등 숙박업소, 학교, 유흥업소를 대상으로 손상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인증서를 발급하며 시민 학생들에게 재난 안전 및 심폐소생술 교육을 벌여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1339응급의료정보센터는 전국적으로도 알아주는 모델"이라며 "유관 기관과의 네트워크 형성으로 시민들의 공감대를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6월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 현지에서 긴급 의료지원 활동을 벌였습니다. 국가적 재난에 대처하는 기관별 매뉴얼이 얼마나 필요한지 절감했습니다. 또 60~70년 된 뉴질랜드의 작은 호텔이나 미국의 병원들이 단 한 차례 사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숙객이나 입원 환자들에게 비상 사태 때 탈출로를 일일이 알려주는 모습에서 손상 예방의 시민 계도가 어떤 식으로 진행돼야 하는지 확인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사고 후 (병원) 도착 사망률이나 도착 시간이 OECD 하위권입니다. 게다가 화재 사고는 피해 규모와 화상 치료비 등 탓에 가정이 해체되는 비극을 겪기도 하지요. 사고를 예방하고 체계적인 대처 프로그램을 마련해 그 고통을 덜어줘야 합니다."

그는 "협회 출범을 위해 지난해 말부터 구체적인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며 "출범 일정이 확정된 만큼 전 세계인이 부산이 안전한 도시라는 인식을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1981년 부산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의료계에 발을 디딘 그는 그린닥터스 의료지원 활동 등을 통해 손상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공로로 지난 5월 방재의 날을 맞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