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0세의 최고령 수영선수 김민석이 29일 앞으로 선수 생활의 목표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서정빈 인턴기자

2009년이 이틀 남았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다가오는 2010년에는 희망이 필요하다. 그래서 수영선수 김민석(30·부산 중구청)을 만났다. 그는 1979년생이고 2002년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50m 금메달의 주인공이다. 당시 김민석의 위상은 현재의 박태환이라고 보면 된다. 연예계에서 러브콜을 보냈을 만큼 잘생긴 외모와 독보적인 기량으로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김민석은 2002년 이후 팬들의 관심에서 조용히 멀어졌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는 아직도 현역이다. 내년이면 만으로 31세지만 여전히 수영장에서 많게는 10살이나 어린 후배들과 경쟁하고 있다. 한국 남자 수영 선수 중 역대 최고령이다. 그러면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수영선수 김민석의 최고 목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다. 목표를 이룬 뒤 그는 허탈감에 빠져 방황했고 기량은 곧바로 떨어졌다. 그는 그 부분을 아쉬워했다. "처음 수영 시작했을 때 지도자도 나도 아시안게임 금메달만 생각했다. 감히 올림픽은 꿈도 꾸지 못했다. 누군가가 내게 올림픽을 얘기했다면 아시안게임 직후에 방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모두들 불가능이라고 여겼던 올림픽을 제패한 후배 (박)태환이를 존경한다."

그는 아시안게임 후 은퇴까지 고려했지만 도저히 수영장을 떠날 수 없었다. 물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수영이란 경기는 독특하다. 팬들은 선수들끼리 경쟁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선수들은 다르게 생각한다. 물과 싸운다. 물을 이기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표현을 빌리면 '물감'이 중요하다. 물감은 오랜 훈련을 통해 연륜이 쌓여야 좋아진다. 박태환처럼 아주 드물게 타고나는 선수를 제외하고 말이다.

김민석은 "내 물감은 여전히 최고 수준이다. 지금도 태릉에서 하루 종일 훈련하면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 나이에 맞는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민석은 부산체고-동아대를 나와 올해 동아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논문만 남았다. 위계 질서가 엄격하고 학업에 열중해야 하는 대학원을 다니다 보면 운동에 전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제는 수영에만 매달리기 힘들다.

김민석은 해마다 전국체전에 부산대표로 참가해 고향에 메달을 선물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는 자유형과 접영 50m에서 각각 은메달을 따내 노익장(?)을 과시했다. 특히 자유형 50m에서 자신의 스프린터 계보를 물려받은 후배 박태환과 딱 한 번 맞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박태환이 1위, 김민석은 2위. 박태환은 한국 남자 수영 자유형에서 자신이 유일하게 가지지 못한 50m 기록을 깨기 위해 참가했다가 실패했다. 기록의 주인공은 여전히 김민석이다. 더욱이 회춘한 김민석은 접영 50m에서 24초49를 기록, 최전성기였던 2000년에 세웠던 자신의 최고 기록 24초78을 무려 8년 만에 경신해 수영계를 놀라게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한 선수 생활이 벌써 23년째다. 이제는 물이 지겨울 법도 하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할까. 김민석은 "아직도 수영장 물 냄새만 맡아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수영이 좋다. 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해 소속팀과 재계약에 실패하면 은퇴할 것이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마지막에 새해 인사를 부탁하자 그는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매달리면 성공뿐만 아니라 오래오래 할 수 있다. 땀과 노력은 정직하게 결과물을 보여준다. 힘들다고 포기하면 그 순간 모든 것이 끝이다. 2010년에는 모두 조금 더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