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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조 해운대119시민수상구조대 대장이 해운대 해수욕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하루하루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두 달 간의 해수욕장 개장기간이 금세 지나가 버립니다. 해마다 조금씩 아쉬움은 남지만 세계적인 관광지로 도약한 해운대해수욕장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이 인생에 큰 활력소가 됩니다."
부산시 소방본부 해운대119시민수상구조대 정명조(45·소방위) 대장은 여름철 해운대해수욕장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이다. 하루 최대 100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안전사고를 총괄하는 담당자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도중에도 정 대장의 무전기와 휴대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지난 1990년 소방공무원으로 첫발을 내딛은 정 대장은 줄곧 구조대에서 일을 하다 소방본부가 본격적으로 해수욕장 구조업무를 전담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줄곧 여름철 해수욕장을 지켜왔다. 오랜 경험 덕분에 수백 m 떨어진 백사장에 있는 사람의 뒷모습만 보고도 술을 마셨는지, 자살을 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려는 것인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이처럼 구조업무의 베테랑인 정 대장이지만 올해 여름은 아픈 기억으로 남게 됐다. 지난달 10일 오후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대학생 A씨가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19년간 이어온 해수욕장 개장기간 무익사 사고 기록이 깨졌기 때문이다. "사고가 일어난 뒤 구조대원 전원이 심한 우울감에 빠졌습니다. 그동안의 긍지와 자부심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으니까요."
올해는 특히 야간이나 새벽 시간 자살을 위해 바다 속으로 뛰어들거나 술에 취한 채 수영을 하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 이들의 구조에 진땀을 빼고 있다. 또 외국인들의 경우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데다 구조대원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어려움이 크다. 정 대장은 "아무리 많은 구조대원이 있어도 어차피 피서객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하는 것"이라며 "구조대원의 역할이 최소한으로 줄어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해수욕장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날씨가 좋지 않거나 피서객 수가 적을 경우 구조대의 업무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정 대장은 "피서객이 많을 경우 오히려 사고자를 발견하기 쉽고, 안전사고의 위험도 적다"며 "올해처럼 날씨가 좋지 않고 피서객이 적을 때 오히려 사고 위험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수영 금지령을 내리는 것은 정 대장의 고유 권한이다. 파고와 수온 등 수영이 금지되는 기준이 있지만 현장에서의 결정은 구조대장의 몫이다. "멀리서 온 피서객들이나 장사를 망친 인근 상인들을 생각하면 수영 금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는 것이 안전이기 때문에 온갖 욕을 먹어가면서 수영 금지령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해수욕장 폐장 후 소방본부 특수구조대로 복귀하는 정 대장의 희망사항은 간단명료했다. "올해 깨진 무사고 기록을 내년부터 시작해 20년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수상구조 업무를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단 1명의 피서객도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