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태 희

우리나라에서는 만 20세가 돼야 선거권을 갖는다. 그러나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18세 이상이면 선거권을 부여한다. 한국처럼 20세가 넘어 선거권을 부여하는 나라는 튀니지 파키스탄 피지 쿠웨이트 보츠와나 일본 등 20개국 정도에 그친다.

한국도 근로기준법 병역법 도로교통법 등 많은 국내법에서 성인연령을 18세 이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군대도 갈 수 있고, 운전면허도 딸 수 있고, 공무원도 될 수 있다. 하지만 투표만은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지난달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연령을 현행 20세에서 19세로 낮추는 방안을 정치관계법 개정시안을 통해 발표했다. 이 방안을 통해서도 우리 사회는 18세를 '왕따'시키고 있다. 많은 청소년과 시민단체가 선거권을 만 18세로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뒤통수를 친 셈이다.

청소년은 이 사회의 동반자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감시와 처벌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는 결과이다. 18세는 성인에 못지 않은 개인적인 성숙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 사회의 일원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길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대한민국의 청소년은 문화 및 사회의 리더이자 주도자이다. 이는 많은 기업의 광고 타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번 선관위의 만 19세의 결정은 고등학생과 대학생이라는 이유인데, 고등학생 대학생의 구분을 미성숙과 성숙의 잣대로 삼는 것은 폭력적인 논리에 다름아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는 몇개월 사이에 갑자기 성인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청소년들은 사회를 함께 책임지고 싶어한다. 선거연령 하향 조정은 청소년이 정치적 채널을 획득함에 따라, 가르침과 훈육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책임지는 주체로서의 위치를 획득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선거연령만 만 18세로 낮추자는 것이 아니다. 2005년 새해에는 청소년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으며 당당해질 수 있길 바란다.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