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현대 축구사의 '산 증인' 김주원 부산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1980년대 대한축구협회장배 전국중고축구대회의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했던 비화 등을 얘기하고 있다. / 백한기기자 baekhk@kookje.co.kr

"군사정권의 총칼 앞에서도 꿋꿋이 지켜낸 대한축구협회장배대회이니 만큼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한 초석이 되도록 더욱 키워가야 합니다."

부산 축구계의 원로인 김주원(72) 부산시축구협회 명예회장.

전국 축구꿈나무들의 대축제인 국제신문 주최 제31회 대한축구협회장배 전국중고축구대회(7월1~8일) 개막을 이틀 앞둔 29일 김 명예회장을 만났다.

김 명예회장은 '종심(從心)'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산원로축구회에서 수시로 축구경기를 하고 동갑인 부인 박영자씨와 산책 등을 즐기며 건강을 유지한 덕분인지 예의 명석한 기억력과 달변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었다.

사실 김 명예회장은 자칫 끊어질 뻔했던 대한축구협회장배대회의 명맥을 온몸으로 지켜낸 주인공이다.

그는 "1980년 군부정권에 의해 국제신문이 강제폐간되니까 대한축구협회에서 주최사가 없어졌다며 대회를 반납하라는 거야. 하지만 축구대회란 한번 반납하면 되찾기 힘들거든. 그래서 버틴거지"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당시 국제심판에서 은퇴한 뒤 부산시축구협회 업무를 총괄하고 있던 김 명예회장은 "국제신문은 없어졌어도 공동주최자인 부산축구협회가 건재하다는 논리를 앞세웠고 매년 대회 때마다 필요한 제반 경비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자체 조달해서 9년을 지켜낸 뒤 1989년 국제신문 복간 후 돌려줬다"고 밝혔다.

김 명예회장은 또 "1970년대만 해도 대한축구협회장배를 비롯해 전국규모 대회를 3개나 보유한 시도는 부산이 유일했고 그것이 부산축구가 전국을 호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며 "특히 여름방학중에 열리는 협회장배 대회는 참가횟수 제한이 없는 대회여서 인기가 가장 높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명예회장은 부산뿐 아니라 대한민국 축구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부산상고에서 야구와 축구를 한 뒤 부산대(상과대학 상학과 52학번) 입학 직후 한국전쟁에 참가하기 위해 군에 입대했다가 첩보부대(HID)에서 함흥식 최정민씨 등 당시 '날렸던' 선수들과 함께 축구를 했다. 포지션은 골키퍼.

그러나 국가대표의 꿈을 이루지 못하자 김 명예회장은 심판으로 전환했고 1969년 서울이 아닌 지방 출신 심판으로는 국내 최초로 국제심판 자격을 획득, 1978년 은퇴할 때까지 국제무대에서 맹활약했다.

그는 국제심판 은퇴후 부산축구협회의 전무이사, 수석부회장, 회장 등을 역임하면서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징벌위원을 4년간 겸임하는 등 국제적 지명도가 높았다. 영어와 일어에 능통한데다 폭넓은 국제적 인맥을 인정받아 1980년대에는 3년동안 대한축구협회 국제위원장을 역임하면서 각종 국제대회 유치와 기획 진행 등을 도맡기도 했다.

특히 2001년에는 초등학교 4년 후배인 당시 안상영 부산시장의 부탁을 받고 지난 2001년 말 예정돼 있던 한일월드컵 본선 조추첨 행사 유치전에 뒤늦게 뛰어들어 FIFA 관계자들과 맺어온 수십년간의 유대를 활용해 부산 벡스코(BEXCO)로 최종 결정토록 한 일화는 유명하다. 경쟁도시였던 서울과 서귀포시를 보기좋게 누른 것이다.

최근 끝난 월드컵 첫승 기념 2004 부산국제청소년대표팀축구대회에서도 해외 섭외 및 관련 업무를 도우며 '국제통'으로서의 녹슬지 않은 관록을 과시했던 김 명예회장은 "협회장배축구대회를 통해 부산축구, 나아가 한국축구가 더욱 성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부산축구의 부활을 위해 시설확충, 실업팀 창단, 재목발굴 등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